[골프타임즈=최재인 칼럼니스트] 필 미켈슨은 유명한 미국 프로선수로 지난해 PGA(미국프로골프) 투어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에서 당시 51세로 최고령 우승했고,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으며, 골프만큼 아주 가정적이어서 우승 순간에 어린 두 딸의 축하를 받으며 안아주던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골프에서 72타를 치면 이븐파가 되는데 점수를 보면 62타 10언더파를 쳤으니 아마추어 입장에서 정말 그림 같은 스코어가 아닐 수 없다. 보통 아마추어는 언더파는 고사하고 이븐파만 하여도 집안의 경사가 아닐 수 없어 동반자들이 축하한다고 이븐 기념 트로피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프로는 본인이 스스로 기록표를 작성하고 사인해야 유효한데 아마추어는 대부분 캐디가 대신 적어 주고 본인이 확인 사인을 하지 않아도 된다.

프로라고 해서 항상 완벽할 수 없기에 바보같이 기록표에 오기도 하고 경기에 몰두하다 라운딩이 끝나고 기록표에 중요한 사인을 안 해 실격이 된 경우가 있기도 하다.

아마추어의 경우 캐디가 점수를 적다가 실수로 4오버를 3오버로 적어주는 행운(?)이 있기도 한데, 이럴 때 본인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정정하라고 하는 것이 당연한 데도 사람에 따라 본인이나 동반자도 그냥 모른 척하는 때도 있다.

이러다 보면 얼마나 양심적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더구나 내기가 걸린 상황에서 자신의 점수는 한 타라도 더 낮추고 싶고, 남의 점수는 한 타라도 더 올리고 싶은 상황에 스스로 양심에 입각한 행동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기된 점수를 알아도 동반자를 배려하느라 같이 침묵할 때도 있다. 하지만 당사자도 아닌 동반자가 캐디에게 수정을 요구하여 고쳐 드리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면 그 당사자는 뻘쭘해지고 부득불 고치라고 한 사람은 밉상(?)이 되기를 자초하는 것이고 얌생이(?)가 된다.

골프를 같이 쳐보면 4시간 이상을 걷고 공을 치며 여러 상황별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심지어는 같이 벌거벗고 사우나도 하면서 서로의 성격과 생각을 많이 읽을 수 있다. 골프는 가급적 동반자를 우선 배려하는 운동이라 약간의 불편함이 있어도 애써 내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본인이 공을 잘못 치다 보면 본인의 카운트도 잘못해서 2퍼터 후 OK를 준 것은 카운트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양파를 트리플이라고 우기다 캐디가 “3퍼터라 양파가 맞아요~”라고 하면 그때서야 이해는 하지만 동반자에게는 참 모양이 빠진다.

또한 골프 좀 친다고 라운딩 중에 한 수 알려준다며 개인지도를 하는 것은 상대방을 더 혼란스럽고 어려움을 가중하게 만들 뿐 그리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려면 자신도 그런 레슨을 받고 바로 개선되었나 생각해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다만 초보자가 이어지는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할 때 문제점을 분명히 알고 원포인트로 짚어줘 개선된다면 참 다행스럽지만 잘 짚었더라도 그런 잘못이 단 한 번의 개인지도로 쉽게 고쳐지지 않기에 여러모로 답답한 마음이 들 것이다.

골프라는 것이 참 특이한 운동이라 상대와 같이 운동하더라도 상대를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의 실수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18홀 내내 자신에게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해야 하니 점수는 결국 실수의 합계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그날 친 점수를 라운딩 사진과 함께 스마트 스코어 앱을 통해 기록도 되고 핸드폰으로 받아보는 스마트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 앱에 들어가면 나와 관련된 지인 모든 분의 스코어가 그대로 보여지니 공을 잘 치는 사람은 자랑이 되겠지만 못 치는 사람은 참 부담스럽다.

프로의 세계에서 스코어는 상금과 직결되고 먹고사는 문제가 되지만 아마의 세계에서는 그냥 아는 지인들과 함께한 단순한 기록일 뿐인데도 순위가 정해지니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더구나 친구들이나 비슷한 조건에 있는 동반자와 함께 라운딩하다 보면 이상하게 경쟁심이 생겨 이겨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니 골프 스코어는 이래저래 신경이 쓰이는 ‘애물단지’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계속>

최재인 건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