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박소향)

[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아이들 셋을 키우다 보니 층간 소음으로 인한 불편함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필이면 우리집 바로 아래층 어르신은 몸이 많이 불편하시고 예민 하기까지 해서 일주일이면 여러 번씩 올라오셔서는 잠을 못 주무시겠다고 제발 어떻게 좀 해달라고 하며 통사정하고 내려가신다.

엄마의 불편한 마음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는데, 아이들의 움직임을 묶어놓을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과일이며 먹을 것을 사다 드리기라도 하면 부담 된다시며 문도 열어보지 않는 어르신들이 어떤 날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하필이면 이렇게 인연이 될게 뭐람...'' 속이 상한 마음으로 혼자서 중얼 거리다가도 깔깔깔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웃으며 행복하게 노는 아이들을 보면  어느새 마음이 봄이 되곤 했다.  그런 세월이 훌쩍 흘러가 천방지축이었던 아이들은 저마다의 자리를 지키며 잘 살아내는 어른이  되었다.

각자의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출구를 정한 채 용기 있게 걸어가고 있다.

얼마 전 아는 지인과 통화를 하다가 그 분도 층간 소음으로 인한 불편한 일이 생겨 미안한 마음에 아랫 집에 선물을 가져다드렸더니, 아이들은 잘 먹어야 건강하게 자라나 훌륭한 사람이 된다며 아이들 간식으로 먹이라고 두 배의 양으로 더 비싼 간식을 사다 주고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듣는 순간 어찌나 마음이 따뜻해지던지... 세상으로부터 들려오는 좋은 이야기는 늘 가슴이 들썩거려진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세상은 사람의 가치가 지켜지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훈훈한 그런 세상이면 참 좋겠다며  긴 얘기를 나눴다. 소통에 법칙은 없다. 그러나 마음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진심이 담긴 소통에는 사람의 정이 채워지고 서로의 가슴에 행복이 머물게 된다.

우리가 사랑하려는 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손을 뻗으면 잡힐 수 있는 그런 근거리에 있는 나의 사람들과 사랑하며 잘 살아내는 것이다. 이기주의가 팽배해지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우리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과 따뜻함을 품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이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멋지고, 살만하고 좋은 세상 풍경이 된다. 누구보다 내가 더 사람을 아끼고 사랑 할 일이다.

시인 이정인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칼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