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능인 스님, 시인] 떠나기가 싫은가보다 무슨 미련이 남아서...

어차피 자연은 순환하는 것인데 남의 집 마당에서 칼바람이 춤추고 있다. 겨울이지만 양지 바른 곳에는 개나리가 피었다. 수박, 참외, 딸기 등 때 지난 과일들이 시장 곳곳에 풍요로움을 넘어 차고 넘친다. 그뿐인가 모든 것들이 일반적인 생각이 아닌 상상을 초월한 현실에 이건 도무지 삼차원의 세계를 사는 듯하다.

예전에는 짚신과 고무신에 광목 바지저고리 손발은 터서 피가 흐르고 머리에는 부스럼이 끊이지를 않았다. 따뜻한 봄이면 너도 나도 양지쪽에 앉아 이를 잡고 꿀꿀이죽도 먹지 못해서 굶기를 밥 먹듯 했다. 아침이면 어린아이들이 남의 집 대문 앞에서 빈 깡통을 들고 밥을 얻기 위해 동냥을 했었다.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그때의 삶에 비하면 지금은 천상세계를 누림이 확실하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넘칠 만큼 풍요로움에 중독되어 아주 조금 부족함에도 불평불만의 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이렇게 잘 살게 된 것이 누구의 피땀 흘린 결과인지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다. 자신이 서있는 현실의 모든 것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무런 노력이 없어도 당연히 누리게 되는 것인 줄 착각하고 있다. 이제 젊은이들은 알아야 한다. 부모님들께서 우리들에게 무엇을 물려주시기 위해 사력을 다하셨는지,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누리고 있는 몇 십 년 만에 이루어진 극과 극의 삶의 현실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을...

밖이 무척 시끄럽다. 선거유세가 한창이다. 하나같이 자신만이 이 나라를 책임질 수 있는 유일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옛 말씀에 말로 시집 장가를 가면 자손이 없다고 했다. 책임질 수 없는 세치 혀 발림의 달콤한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인성이다. 그리고 국가관이고 안보의식이다. 거짓이 아닌 자신이 책임지고 실천할 수 있는 확실한 정책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조국(祖國)은 더욱 더 소중하게 지켜야 할 절대적인 보고(寶庫)임에 틀림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자신보다 세세손손 자손들이 행복한 삶을 누려야 할 더 소중함이 있기 때문이다. 말로는 내 조국이다 쉽게 말하지만 지혜로움과 심덕(心德)을 상실한 물질만능에 취한 인성(人性)으로는 자신도 가족도 민족도 나라도 잃을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이전투구의 현장에서 자신과 한 평생을 함께해야 할 생의 동반자를 보듬기는커녕 빠져나올 수 없는 늪 속에 밀어 넣고 나뭇가지에 걸린 치맛자락 헤지듯 갈기갈기 찢겨 만신창이 됨을 바라보면서도 미안함이나 안타까움은 없다. 아니 수치심도 없는 것 같다, 오직 명예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칼집 속에 숨긴 칼날의 가식적 웃음만 보일뿐이다. 오히려 성숙해진 문화와 달리 퇴보한 선거유세 모습으로 후진국임을 자처하니 꽃샘추위만큼 가심시린 아픔이 귓불을 스친다.

시인 능인스님은
행복사 주지스님으로 수행자이자 예술인. 시집 ‘능인의 허튼소리’를 출간한 스님은 음반 ‘마음의 향기’ 17집의 작사ㆍ작곡ㆍ편곡한 한국음반저작권협회 회원이며, 430여회 봉사한 공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