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맞은 것처럼

<생략>

지난 번 평양 공연에서 백지영이 부른 제목부터 강렬한 노래의 가사는 이렇다.

총 맞은 것처럼 정신이 너무 없어/ 웃음만 나와서 그냥 웃었어/ 그냥 웃었어 그냥 허탈하게 웃으며 하나만 묻자했어/ 우리 왜 헤어져/ 어떻게 헤어져 어떻게 헤어져 어떻게/ 구멍 난 가슴에 우리 추억이 흘러 넘쳐/ 잡아보려 해도 가슴을 막아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심장이 멈춰도/ 이렇게 아플 것 같진 않아/ 어떻게 좀 해 줘 날 좀 치료해줘/ 이러다 내 가슴 다 망가져/ 구멍 난 가슴이/ 어느새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흘러/ 이러기 싫은데 정말 싫은데 정말 싫은데 정말/ 일어서는 널 따라 무작정 쫒아갔어/ 도망치듯 걷는 너의 뒤에서/ 너의 뒤에서 소리쳤어/ 구멍 난 가슴에 우리 추억이 흘러 넘쳐/ 잡아보려 해도 가슴을 막아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심장이 멈춰도/ 이렇게 아플 것 같진 않아/ 어떻게 좀 해 줘 날 좀 치료해줘/ 이러다 내 가슴 다 망가져/ 총 맞은 것처럼/정말 가슴이 너무 아파/ 이렇게 아픈데 이렇게 아픈데/ 살수가 있다는 게 이상해/ 어떻게 너를 잊어 내가/ 그런 건 나는 몰라 몰라/ 가슴이 뻥 뚫려 채울 수가 없어서/ 죽을 만큼 아프기만 해/ 총 맞은 것처럼. 가사는 여기까지다.

<생략>

이별의 아픔을 표현, 예전의 이별노래는 슬픔을 삭이고 참아내는 내용이 많았으나 위의 노래는 참으면서 기다린다는 차원이 아니다. 네가 떠나감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나를 살해한 것이나 같다. 마치 고려가요 <가시리>의 정서를 옮겨 온 것도 같고, 최근 김 소월의 시 <진달래 꽃>의 표현을 반영하는 것도 같다. <중략>

또 이곡의 놀라움은 강렬한 가사에 전주 없이 바로 가수의 노래로 “총 맞은 것처럼” 이라는 제목이 강조된다. 간주 없이 노래는 점점 고조되어 중간에 조 바꿈이 이어지면서 더욱 더 강렬하게 이별을 안타까워 하다가 조성이 마이너(단조)인 상태로 끝이 없는 듯 곡을 맺는다. 소울(soul calypso-카브리 춤) 발라드가 아닌가 싶다.

‘탈 이데올로기’가 허용되지 않는 북한에서 강렬한 표현의 사랑이별의 노래인 ‘총 맞은 것처럼’이 평양 대학생들의 애창곡 1위라니 아이러니하다. 자유가 없는 틀에 박힌 주체사상 속에 살아가는 북한의 젊은이들도 사랑과 이별은 이렇게 아픈 것일까?
    -저자 이진우 수필 [음악에세이 연재1] 일부-

이 수필을 읽기 전에 노래로도 듣지 못했다. 평창 동계 올림픽 때도 북한 예술 합동 공연에서도 한 번 쯤은 들었음 직한데 못 들었다. 이 글을 읽고 색다른 자극에 난 깜짝 놀랐다. 긴 노래에 놀랐고 노래를 찾아 들으며 놀랐다. 수필을 적은 지면에 협소하게 올리는 작업은 어려움이 있다. 생략을 반복하면서 본문에 충실하려 애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생략 요약이 많아 작가께 죄송함을 느낀다.

요즘 50년 가까이 산 남편을 여의고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친구가 있다. 배고프지도 않고 잠도 안 오고 누구 만나는 것도 싫고 좋은 것도 없다한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고 한다. 손녀가 “할아버지 안 계셔서 할머니 무서워 어떻게!” “외할머니도 혼자시잖아!” “외할머니는 오래됐잖아!” 하면서 아이가 할머니 불쌍하다면서 울더라고 했다. 할아버지가 정이라도 때고 가셨으면 지내기가 좀 나았을까!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정옥임 시인은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