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바늘

어머니는 새 내복을 선물해도
헌 내복을 꿰매 입었다

눈 입 귀 없어진
닳고 닳은 흉터들을
생의 고단함처럼 기웠다

구멍이 커지면
가난한 척박함을 수선하듯
헝겊 덧대어 촘촘히 바느질했다

백내장으로 초점 흐릿해
바늘귀 안 보이자
현생 애증의 끈조차 놔 버렸다

그렇게 꿰맨 헌 내복 실밥엔
벙어리로 산 혀들이 무수히
낙화처럼 달려 있었다.
       -저자 마선숙 [어머니의 바늘] 전문-

마시인은 만학도이다. 65세에 정규 대학입학, 수석졸업을 하여 대통령상까지 거머쥔 재원이다. 그 후 소설로 등단했고 시를 써 작년에 소설집과 시집을 동시에 낸 초인적 힘을 발산한 여걸이다.

[어머니의 바늘]을 읽으면 그 땐 그랬지 하고 끄덕여져 내복 이야기가 독자들을 점차 바늘구멍 속으로 몰고 간다.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마 시인과 나는 나이대가 같은 세대이다. 그 당시엔 첨 직장에 들어가 첫 월급으로 빨간 내복을 어머니에게 선물하는 게 유행이었다. 마시인도 나도 장녀이다. 어머니가 처음 받은 빨간 내복이 갖는 위력은 대단했을 것이다.

악귀를 물리치고 건강과 복을 가져다준다니 헤졌을지라도 아무렇지 않게 버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 때의 어머니들은 좋은 것은 당신들의 것이 아닌 것처럼 맛있는 음식 좋은 옷 기쁜 일엔 모두 가족을 앞세웠다. 그것을 보고 자란 늙어가는 우리도 아직 근천스런 어머니의 모습으로 살고 있지 않나 싶다.

더구나 마시인은 3대에 걸쳐 6남매 맏며느리로, 어머니로 살면서 온갖 풍파를 겪은 장한 어머니다. 어느 부분만 잠깐 열어도 소설이 되고 시가 되는 체험의 현장을 생생이 살아냈다. 장하다 친구야! 격려하고 싶다.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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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 시인은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