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한국의 문화원형이란 어떤 것인가?’ 오랜 세월 전국을 돌며 한국인의 원형을 몸소 탐색하던 사학자 김영해 씨가 이러한 인문학적 물음에 학문적 고찰과 사례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한국 원형문화의 이해>를 도서출판 ‘일송북’에서 펴냈다.

우리 생활주변에서 흔히 발길에 툭툭 차이고 수시로 우리의 귓전을 때리던 모든 이야기들이 대부분 우리 민족의 원형성과 관련돼 있다. 그러나 자본에 함몰된 현대인들은 우리의 실생활에 관계된 우리 민족문화의 원형성을 가진 콘텐츠임을 모르거나 기실 알아도 홀대하고 살고 있다.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 시대에 환원시켜 물질문명 속에서 왜곡된 것을 바로 잡고 제대로 본의를 살필 수 있음을 이 책은 제기하고 있다. 문화원형을 찾아 당시 선인들이 삶을 꾸려오던 사유방식을 파악하고 연연히 흘러오는 우리민족의 DNA를 분석하고 현재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우리민족에게 로드맵이 되어주는 것이 우리민족의 콘텐츠들임을 알 수 있다. 우리민족은 이런 엄청난 콘텐츠의 보고이지만 대부분 민족의 자산을 망각하고 도외시해버린 셈이다. 그 결과 어마어마한 민족적 콘텐츠를 주변국에 뺏겨버리고 대신 남의 것만 최고라고 받아들이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3류 민족으로 전락해버렸다.

우리가 스스로 내팽개쳐버린 우리의 콘텐츠를 가져가서 확대 재생산해서 되돌아오는 것에만 목을 매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이러한 열등감 조장은 대한 투쟁기(일제 강점기) 때 그들이 우리민족을 열등민족으로 세뇌해버린 탓도 크다. 이는 식민사관의 폐단으로 이를 극복하기위한 민족적 자긍심을 갖는 정신적 개혁과 인식전환의 노력이 현재 시급히 필요한 것이다.

학문적, 역사학적으로 화석화 된 원형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생활과 문화에서 삶의 근본이 되는 정신적 토양과 얼의 회복은 우리민족의 문화적 원형성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이런 인식 없이는 아무리 문명의 이기와 자본을 투입해도 국격이나 문화는 형성되지 못하고 깨진 항아리에 물 붓기 식이다. 혼을 뺏긴 현재 시류적인 삶에선 무뇌아들만 가득할 뿐 주도적인 삶의 양식은 잃어버리고 말았다. 삶의 균형감각도 상실하고 민족적 자긍심도 갖지 못한 노예적인 삶으로 전락한 지엽적이고 수단적인 인생으로 전락해 허덕일 뿐이다’고 정우제 우리원형연구소장은 지적했다.

정신적인 인프라와 공감대를 갖지 못한 사회는 아무리 문명의 이기와 자본을 퍼부어도 스멀스멀 새어나가 버리고 결국은 경제적 빈곤의 악순환과 질적 삶을 지탱하는 문화적 기반을 다지지 못하고 공허감만 줄뿐이다. 사회를 지탱하는 지식기반을 구성하지 못하면 아무리 문명과 문화를 수혈해도 퇴행문화만 팽배해 질뿐 사회의 발전은커녕 품격을 갖지 못하고 금방 허물어지고 만다.

저자 김영해 씨는 부산에서 태어났다. 발레를 전공한 그녀는 한국 무용에 큰 관심을 기울였고 그 율동미의 이면에는 한국 원형 문화의 살아 있는 숨결이 내재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됐다. 춤에는 소리와 가락이 있음을 알았고, 이러한 원형 문화의 주인공인 여성성의 연원과 한국 여성 문화의 뿌리까지 연구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 무용의 행위 속에 꿈틀대는 ‘경천 의식’과 ‘사귀진압(邪鬼鎭壓)’의 강렬한 이미지에 매료되어, 삼지창을 든 무녀가 상고사의 창을 든 치우 형상과 일맥상통하는 데에 무게를 두고 오랜 기간 무속 세계를 탐험하는 과정도 거쳤다. 이러한 김영해의 탐구심에는 한국 원형 문화가 나누어진 독립 문화가 아니라 모두 연관성이 있는 학문으로까지의 범위로 점차 확대시켰다”고 오영숙(전 세종대학교 총장) 박사는 말했다.

한국 원형 문화의 뿌리를 찾고 그 과정을 챙기는 방대한 자료 모으기에 빠져 전국을 뒤지며 발로 뛰어 원형 문화를 찾는 노력의 결과 몇 권의 책이 될 정도의 분량이 됐다. 또 많은 연구 서적을 읽는 가운데 버무려진 통찰력은 이제 원형에 대한 그녀만의 시각을 조심스럽게 개진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특히 명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에서 한국 원형 문화에 관련한 과목들을 강의하면서 더 많은 연구와 통찰의 기회를 가져 노력한 결과 세상에 내어놓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그녀는 발간의도를 밝혔다.

책의 내용은 ‘한국의 문화 원형이란 어떤 것인가?’란 질문으로 ‘베일에 가려진 한국 선사문화’를 비롯, 18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그 중 몇 가지를 살펴보면 ‘봉정유궐의 삶이 있었다’, 소리와 가락으로 즐기기의 연원, 춤추기의 연원, 언어에 담긴 한국문화의 고갱이 그리고 동북아 여성성의 연원과 한국여성 문화의 뿌리에서 출현하는 웅녀, 사소, 허황옥 등 상고사 속에서의 여성에 대한 고찰을 시도한 점이 높이 살만하다.

저자 김영해 / 도서출판 일송북 / 360면

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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