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다리란 것은 끊어진 두 곳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소위 말해서 가교(架橋)라고 한다. 두 세계가 이어지는 것, 즉 연결을 의미하고 단절된 벽을 트고 소통시키는 역할이다. 그런데다가 가교의 역할만이 아닌 걸어 다니는 다리의 중첩된 의미가 주어진다. 짐승이라면 네 다리 갖고 있고 인간은 두 다리를 갖고 움직인다.

그 두 다리로 걸어 다니는 의미를 갖고 있다. 걸어 다닌다는 것은 결국 이쪽과 저쪽을 연결시킨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두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서는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다닐 수 없다. 그것이 즉 연결이고 소통의 작용이 되는 행위다. 그러면서 다리에 대한 연관성으로 성기를 연상시키면서 결국 교접 즉 섹스의 이미지와 맥이 닿는다.

그리고 그 이동성은 왔다 갔다 하는 만큼 바람으로 외연이 확장된다. 바람이란 기온차로 옮겨지는 대기의 옮겨감의 작용이니만큼 기압 차이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가는 기상 현상이다.

과거 황막한 몽골 초원지역에서 갈퀴를 휘날리면서 쏜살같이 달리는 말도 ‘바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것은 어떤 끌림으로 옮겨가는 마음의 작용을 ‘바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남여의 상열지사에서도 ‘바람’이 나오고 ‘바람피운다’는 말이 여기서 탄생된다.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 정분이 옮겨 간다는 말이다. 이 사람에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움직일 때는 바람의 상징으로 의미는 확장되기 마련이다.

광활한 대지에 신체와 지략이 뛰어난 사내들의 집단인 환부와 권사(단군시대)들이 세상을 돌면서 잃어버린 우리민족 마고의 역사와 지혜 등을 전하면서 세상을 순회한다. 이들은 나중엔 신라의 화랑으로 연결이 된다.

이들은 온 세상을 돌면서 그 마을의 처녀들에게 씨앗을 뿌리고 또 떠나야하는 것을 ‘바람’으로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는 현대의 풍속과 달리 종족 번식이 큰 자원이었기 때문이다. 인구가 부족한 시대라 당시 성은 윤리성보다는 인구생산이 주목적이었던 시대를 지내왔다.

그래서 그 당시 좋은 씨앗을 받기 위해 씨름이나 강강술래 등 각종 놀이를 하면서 겨뤄 최고의 남자를 뽑는 것이다. ‘씨름’이란 말이 원래 ‘씨겨룸’에서 온 말이다. 그 우량의 남자는 그 마을의 가장 좋은 여자와 합궁을 하면서 씨를 내리는 것이다. 선택된 남자는 씨를 뿌리고서는 또 떠나야하는 바람 같은 존재들이다. 그래서 사내들을 머물 수 없는 ‘바람’이 되고 ‘바람이 났다’는 표현이 나온다. ‘바람의 사내’, ‘바람의 존재’가 그들의 역할이었고 덕목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러한 것이 하나의 풍속문화로 접근하면 음(陰)으로 상징되는 여자는 씨앗을 수렴해서 아이를 잉태하고 키우기 위해 한곳에 머물러야 했고 정착을 하면서 농경사회를 창출하게 됐다.

결국 함께 살기 위해선 법을 만들고 최고 통치자가 나와야 했으므로 국가를 만들고 하나의 통치기반인 왕을 세우는 등 모계사회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반면 남자는 양(陽)으로 확산의 성격을 지녔기 때문에 또 다른 씨앗을 뿌리기 위해 머물지 못하고 휑하니 떠나는 바람이 되는 법이다. 결국 그들은 유목민 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그들은 소와 양떼를 먹이면서 끊임없이 초원을 순회하는 유목생활의 모델을 만들게 된다. 자연과 친하고 자유를 구가하는 문화를 만들고 그야말로 ‘바람의 후예’가 되는 법이다. 이처럼 복잡한 ‘다리’의 이미지들은 결국 또 다른 상징을 확대 생성하기에 이른다.

궁극적으로는 섹스의 이미지에 닿는다. 다리 사이에 있는 것은 남녀관계에 필수적인 남녀성기라는 점이다. 두 세계를 연결시킨다는 가교의 의미를 젤 잘 나타내 주는 말이 남녀 간의 성기 결합으로 확장된다. 남녀 성기의 결합으로 종족번식이라는 소기의 효과를 충족시키고 현대사회로 오면서 쾌락의 느낌도 연계시키는 다리의 의미망으로 확장된다.

안동지역 순흥에 가면 ‘청다리’라고 부르는 다리가 있다. 옛날 엄마가 하는 말 중엔 ‘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하는 말을 듣고 자랐다. 이것은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은유에 속할지도 모른다.

실제 생태학적으로는 다리 밑의 자궁에서 태어난 것을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며 애를 어르거나 놀릴 때 빌려 쓰면서 부모의 속을 썩이는 자식들을 훈계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의 액면 그대로 믿어도 말이 되는 사례가 많았다.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그 말이 실제 맞는 경우다.

요즘은 젊은이들이 애 낳는 일을 기피하고 인구도 줄어드는 바람에 인구의 수가 줄어드는 시대가 됐다. 어쩌면 젊은이들이 결혼을 해서 애를 잘 낳아주는 것이 애국으로 통하는 시대가 됐다. 이것은 그 때 상황과 비슷하게 맞아 떨어진다. 요즘이나 그 시절이나 간에 종족번식의 가치가 더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 사생아라도 버려질 수만은 없었다.

아이들이 소중한 자원의 시대가 됐다. 그럼 왜 다리 밑에서 애를 주워왔을까. 다리란 말도 인체조직에서 자궁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과거 다리 밑에서 거지들이 살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피할 수 있는 조건을 일부 갖추고 있었고 행인들의 시선에서 보호되던 곳이다. 길거리에 놓아서 짐승이나 여러 가지 해를 당하기보다는 다리 밑에 버려 놓으면 어차피 아이가 울게 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기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청다리 전설처럼 처녀나 애를 가질 처지가 안 된 여자들이 애를 가졌을 때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다리 밑에 애를 갖다놓으면 애들이 없는 집에서 데려다 키우기도 하는 현대판 홀트가 아닐까. 다리는 여러 길이 한 곳에 모이는 병목 현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 건너다니는 길목이라 쉽게 아이들의 울음소리도 듣고 다리 밑에 버려둔 아이라는 의미를 빨리 알아듣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변에 아이가 없거나 필요한 사람에게 연락이 되면 은밀히 찾아 와서 데려가기 쉬운 법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애 울음소리만 들어도 버려진 애인 줄 알고 애 없는 집에 갖다 주거나 넉넉한 집에서 애를 거둬들이던 시대였다. 물론 가난한 집에 자식이 태어나면 잘 사는 집 대문 앞에 애를 두고 가면 영락없이 업둥이가 되기도 한다. 어쨌든 그 아이의 인생이 미래가 자기 집에서 사는 것보다 더 낫다는 생각에서 그런 사태는 벌어졌던 것이다. 그렇게 다리와 연결되는 것이다. 그런 사례의 대표적인 곳이 있다.

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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