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1월도 다 갔다.

신년 새해 목표로 해마다 해외여행 가자고 계획한 것이 벌써 네 번째다.

“아니, 왜 못가는 거냐고. 하루 이틀도 아니고 미리 날짜 빼라고 그리하였건만, 그도 못 하면 아예 각자 가는 게 낫겠다. 그래야 비행기 함 타보지. 같이 간다고 계획만 짜다 말겠다.”

“나도 답답타. 첫해는 너네 남편이 혈압으로 쓰러지더니, 두 번째는 쟤네 손주 맡길 때 없다고 길길이 야단이니 또 못 갔지. 작년엔 우리 며느리 산달이니 어떻게 가냐. 이번엔 얘가 무릎 수술한대. 돌아가며 야단이니 내년엔 갈 수 있으려나?”

계획은 벌써 3년이 넘었다. 동창 넷이 해외 나들이 한번 해보자고 입 맞춘 것이 이리 탈이다.

평생을 집 떠나본 적이 없는 우리 엄마가 그랬다. 학교 다닐 때도 하굣길에 신발주머니 흔들며 들어서면서 ‘엄마’ 부르면 언제나 반겨주시던 엄마. 다 자라 외출하고 돌아와도 언제나 지켜주시던 엄마는 여행 한 번 다녀본 적이 없다. 오직 자식과 가정뿐이었다. 당신은 없었다.

이제는 모임마다 해외 나들이다. 명절에도 떠나는 여행길. 삼삼오오 아니 혼자도 잘들 떠난다. 남들이 그렇게 잘도 떠나는데 우리는 3년째 떠나지 못하고 있다.

“저지르고 봐야 하는 건데, 맨날 모여 머리 맞대면 뭐하냐고. 그동안 그만큼 지켰으면 이젠 벗어날 때도 됐잖아. 내가 움직여야 하는 거야. 누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고. 무릎수술이나 하고 내 몸 고물 되기 전에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언제 가느냐고?”

“친구끼리 가야 물고 뜯고 잼나지. 애들하고 가봐야 뒤치다꺼리는 언제나 내 몫이니 싫다. 지들 야시장간다고 애 보라 하고, 식당가도 애 챙기느라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뭘 먹었는지도 모르겠더라. 사진 찍는다고 애는 신경도 안 쓰니 한가롭게 풍경 볼 새도 없는 거야.”

자유여행으로 편안하게 가족끼리 간다지만 실은 애 보는 보모요, 사진 찍을 수 있게 지켜주는 보디가드(?) 신세이니, 그럴 바엔 젊은 가이드가 잘 지켜주는 묶음 여행이 훨씬 편안하고 좋단다. 몸은 고달픈 대로 버스 안에서 쉬면되고, 모르면 물어봐도 흉 될 거 없고, 의식해야 할 시선 없으니 편안할 텐데.

어떻게 해서든 내년엔 꼭 갈 것이다.

우리도 그런 거 하고 싶다. 버킷리스트!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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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