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캄보디아 내전(內戰)에서 어느 한 기자가 찍은 사진이 많은 세계를 감동시켰다. 

그것은 눈물로 얼룩진 초라한 모습의 어린 소녀가 동생을 업고 거리를 헤매는 사진이었다. 그 소녀는 내전 중 어머니와 헤어졌고 굶주림과 온갖 상처로 얼룩진 어린동생을 업고 어머니를 찾고 있었다.

이 사진을 본  세계 각지의 많은 사람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그 소녀를 위해 성원과 위로를 보냈다.

기자는 헤어진 소녀의 어머니를 찾아주기로 결심하고, 내전 중인 거리를 1년 동안 헤맨 끝에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어머니를 찾을 수 있었다. 소녀는 드디어 1년 만에 어머니를 만났다. 그 어머니의 이름은 ‘에스페랑소’였다. 

에스페랑소는 불어로 ‘희망’이라는 뜻이다. 한마음으로 우리의 소망을 밝혔던 거리의 촛불처럼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그 촛불의 염원은 영원히 우리 곁에서 '에스페랑소' 불꽃으로 타오를 것이다.

에스페랑소 
언제 우리들 사이에 조건이 있었던가 
세월이 떠난 빈 거리에서도 
서로의 등에 목숨 줄 맞대고 
삶의 꽃대를 밀어 올리는 일 
마음 하나 바꾸며 덥혀지는 일이었지
별빛도 미더워 총총히 내려서는 거리 
찬란히 해동하는 자유의 강물도 
두려움 공존하는 거리에서 오래 불을 밝혔나니 
이름 없이 떠도는 공허한 방언들이여 
몸부림치지 않아도 사랑은 늘 그 자리였다
경계를 넘어가는 아득한 길이 되고서야 

오백년 빙산을 허무는 물줄기를 만나고 
꽃잎 같은 마음 길 하나 만나고서야 
기다리는 일도 지치지 않았듯 
세상의 끝에서도 달빛은 비추고 
목마른 사람들은 다시 무너지지 않을 것이니
자유의 혼 불아, 새벽의 햇살아 
잠들지 않는 생의 노래 얼굴 가득 적시며 
숨 쉬는 가슴마다 희망의 물들이자 
검은 땅 저 쪽에서도 어둠의 불을 끄고 다시 살아나는 
아름다운 눈물 에스페랑소처럼

박소향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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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소향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의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