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가을비가 내린다. 이 비 그치면 바람도 차가와지겠지 '오늘 저녁 먹자' 내 사정은 물어보지도 않고 이렇게 문자를 보내는 친구가 있다. 

만나서 수다를 떨어야할 거리가 생길 때마다 그런다는 것을 잘 알지만, 힘들고 지친 퇴근 시간이거나 선약이 있어 거절하기라도 하면 삐쳐서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는다.

얘가 참 나...

친구의 몽니에도 웃는 것은 늘어난 나이테의 연륜 때문일 것이다. 

늦은 저녁까지 가을비가 그칠 줄을 모른다. 이 비 그치면 낙엽 빛깔은 더 선명해 지겠지. 예전에는 이렇게 쓸쓸한 가을이면 부치지도 않을 편지를 밤새워 쓰곤 했는데 이제는 문자로 주고받으니 편지 쓸 일이 없어졌다.자판기가 편지를 대신하는 지금, 그때가 참 그립다. 그 친구로부터 '톡'이 왔다. 

'오늘 저녁 먹자. 맛난 거 사줄게'  

'오야 ^^' 

바로 대답한다. 나도 오늘은 수다 떨고 싶은 거 많거든.

가을 편지 
햇살에 무르익은 창 하나 열면
하늘은 온통 시린 전율인데
서쪽으로 기우는 노을 어디 쯤
분꽃을 밟고 가는 한 무더기 바람처럼
붉게 물든 강물로 다가서는 그대

세월을 지우고 기다리는 일은
시를 쓰는 일 만큼 미친 일이어서
더듬거리며 오는 사랑도 
길들여진 상처 만큼 빛나게 뛰는 것인가

이제는 가슴 부서지는 일로도 해가 저물어

사랑에 목숨 거는 사람 다시 없는데
그대 없는 빈 길에 저녁 불 켜지고
꽃잎처럼 스러지는 푸른 날의 상흔

별이 뜨면 불현듯 외로워지다가
가을 만큼 단순한 눈물이 되려니
눈감고도 흔들리는 들국 같은 사람이여

바람이 뜨거워져 슬픔을 범하기 전
나는 가장 먼저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 

사진=문정호 기자
박소향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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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소향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의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