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자(孟子)는 어머니의 정성어린 교육 덕에 철부지 개구쟁이에서 유가의 성현으로 성장했다.

자식의 태만에 대해선 서릿발 같았지만 자식과의 약속을 중히 여긴 자상한 어머니

[골프타임즈=장창호 칼럼리스트] 날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원해졌습니다. 새벽녘에는 제법 한기조차 느낍니다. 자연의 변화가 경이롭습니다. 자연만 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도 교육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맹자(孟子)는 어머니의 정성어린 교육 덕에 철부지 개구쟁이에서 유가의 성현으로 거듭났습니다. 오늘은 맹모(孟母)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지난주엔 이웃사촌 딸의 결혼식에 참석했습니다. 결혼식의 초점은 물론 아름답게 치장한 신부였지만, 필자의 눈길은 하객에게 식권을 나눠주는 신부의 남동생 청년에게 자꾸 쏠렸습니다. 청년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흐뭇해서였습니다.

청년은 어릴 적에 동네에서 소문난 말썽장이에다 집에선 못 말리는 떼쟁이였습니다. 워낙 천방지축이라 사람들이 속말로 공공연히 ‘꼴통’이라고 불러도 부모조차 이의를 달지 않았습니다. 타이르는 아버지에게 사사건건 맞서면서 말대꾸하기 일쑤여서 바른생활사나이였던 아버지의 속을 무던히 썩였습니다.

청소년기에는 아예 학업은 작파하였고, 동네 인근 중고등학교에서 주먹이 제일 세다는 이른바 ‘일진’들과 호형호제하며 어울렸습니다. 청년의 어머니는 그래도 성품은 착하다고 감싸면서 새벽마다 교회에 나가 아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늘 말했습니다.

“아들아 엄마는 착한 널 믿는단다. 내가 날마다 널 위해 기도하는 것 알지!”

다행히 청년은 어머니의 기도를 명심하고 ‘일진’과 어울리면서도 패싸움과 같은 고약한 짓에는 일절 휘말리지 않았습니다. ‘일진‘그룹 아이들에겐 흔하디흔한 정학(停學) 한 번 당하지 않고 중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했습니다. 청년이 군 복무할 때 아버지가 백혈병에 걸린 것을 알고 눈물을 펑펑 쏟던 청년은 그때부터 크게 변했습니다. 천하의 효자로 거듭났고, 지금은 중고차딜러로 변신하여 젊은 나이에 사업에도 제법 성공을 했습니다. 어머니의 정성어린 기도가 꼴통청년을 괄목상대(刮目相對)하게 변화시켜 이제는 부모의 큰 자랑거리가 되었습니다.

맹자의 어머니하면 일반적으로 “맹모삼천(孟母三遷)”이란 말을 떠올립니다. 아들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다녔다고 해서 오늘날은 극성 치맛바람의 원조로 치부 당하기도 합니다. 필자는 비교적으로 일반인에게 덜 알려진 일화(逸話)를 소개하겠습니다.

맹자도 소싯적에는 놀기만 좋아하고 공부를 게을리 했던 모양입니다. 하루는 맹자가 서당을 파하고 귀가하니 홀어머니 장씨(仉氏)가 마침 베를 짜고 있다가 물었습니다. “오늘 어디까지 배웠지?” 맹자가 건성으로 대답했습니다. “맨날 그렇지 뭐요.” 맹모가 가위를 가져와 짜고 있던 베를 잘라버렸습니다. 맹자가 겁이 나서 연유를 물어보니 맹모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네가 중도에 학업을 소홀히 함은 내가 베를 짜다가 잘라버리는 것과 같으며, 잘린 베는 다시 잇기가 어렵단다. 여자가 생업인 베 짜기를 포기하고 남자가 덕 닦기를 포기하면, 도둑이 되지 않으면 남의 종노릇을 하게 된단다.” 이 말은 들은 맹자는 크게 두려워하여 밤낮으로 학업에 열중하였고 마침내 천하의 명유(名儒)가 되었다고 합니다.

역시 맹자의 어릴 적 일입니다. 옆집에서 돼지를 잡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맹자가 어머니에게 옆집에서 왜 돼지를 잡느냐고 묻자 맹모가 건성으로 “너한테 먹이려고 잡지!”라고 답하고선 금방 후회를 했습니다. “내가 이 아이를 잉태하고 정돈된 자리가 아니면 앉질 않고 정결한 음식이 아니면 먹질 않았다. 지금 아이가 막 철을 들려는데 내가 아이를 속이면 불신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에 가난한 살림을 털어 옆집에서 돼지고기를 사와 맹자에게 먹여 신용을 지켰다고 합니다.

맹자가 성인이 되어 장가를 든 다음의 일입니다. 어느 날 방안에 신혼의 아내가 품위 없이 쪼그리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선 맹모는 어머니에게 아내를 내쫓자고 청했습니다. 맹모가 이유를 물으니 맹자가 아내의 행실이 예법에 맞지 않아서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맹모는 『예기(禮記)』의 「곡례(曲禮)」에 있는 말을 인용해 맹자를 이렇게 나무랐습니다. “대문에 들어갈 땐 ‘여봐라!’며 집안에 누가 있는지 물어보고, 마루에 올라설 땐 큰 소리로 헛기침을 하며, 방안에 들어가선 시선을 반드시 아래에 두어 남의 허물을 보지 않는다. 이 모두 상대방에게 준비할 틈을 주는 배려이다.

신혼방일지라도 자네는 들어가며 미리 아무런 인기척을 내지 않았으니 자네가 잘못한 것이지 며느리가 잘못한 것이 아니다!” 맹모의 단호한 질책에 이번에도 맹자는 자기 잘못을 뉘우치며 감히 아내를 쫓아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맹모 장씨는 자식의 태만에 대해선 서릿발 같았지만 자식과의 약속을 극히 중히 여긴 자상한 어머니였습니다. 또한 『예기』를 인용할 정도이면 당시로선 보통 인텔리여성이 아닙니다. 열정 이상의 지성으로 맹자를 훈육했던 것입니다. 무작정 자식사랑 일변도인 요즈음 어머니들에게 시사(示唆)하는 바가 큽니다.

대학은 오늘부터 개학입니다. 새 학기를 맞아 방학동안 교재를 다시 고치고 강의노트를 새롭게 다듬으면서 맹모의 심정으로 제자들을 기다립니다. 친구의 “꼴통”아들이 어머니의 기도로 자랑스러운 아들로 환골탈태하였듯이, 내 제자들도 필자의 정성으로 학기말에는 하나같이 수제자로 변모하길 축복하며 또한 크게 기대합니다. 필자도 제자들을 위해서면 강의실을 세 번 정도는 옮길 용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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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호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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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문학박사,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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