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산(眉山) 삼소사(三蘇祠) 내의 소동파 동상

고려 문인들의 일편단심 소동파 사랑과는 달리 정작 소동파는 고려를 싫어하고 견제한 송대의 대표적 반한 인사였다

[골프타임즈=장창호 칼럼리스트] 기상청에선 연일되는 찜통더위에 숨이 막힙니다. 종일 더위로 해야 할 일들이 쉬이 손에 잡히질 않습니다. 독서도 집중이 되질 않아 신문을 뒤적이니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대가 차츰 가시화되는 기사가 눈에 들어옵니다. 중국의 반대가 어느 정도인가 중국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소동파를 앞세워 반한(反韓)감정을 부추기는 네티즌이 있어 흥미롭습니다. 내친 김에 오늘은 소동파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중국인들이 금강산(金剛山) 관광을 하면 북한안내원이 “고려에 태어나 금강산 구경 한 번 하는 것이 소원일세(願生高麗國, 一見金剛山)”라는 시구를 소개하고선 중국 송나라 소동파가 지었다고 자랑한다고 합니다. 소동파전집에는 이런 시구가 없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많지만 이를 증명하기 위해 중국 네티즌이 제시한 증거가 다소 황당합니다.

소동파는 관직이 여러 번 좌천되는 바람에 중국의 많은 지방을 유람할 수 있었습니다. 계림의 산수나 장가계의 절경 등 중국의 명승에 비하면 고려의 금강산은 보통 경치에 불과해 칭찬했을 리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한국인은 예부터 거짓말을 잘했다고 싸잡아 비하했습니다. 영토가 넓다보니 중국에 절경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금강산이 중국 명승에 견주어 보통 경치에 불과하다는 말은 아무래도 의도적인 폄하 같습니다.

소동파는 물론 대단한 정치가이자 문학가입니다. 문장은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일원이었고, 그의 시(詩)와 사(詞) 역시 중국문학사에서 일절(一絶)이라고 일컬어집니다. 그렇다 해도 고려시대 문인들의 소동파사랑은 유별났습니다.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의하면, 과거시험공부에 매달렸던 선비들이 급제 이후에 비로소 시를 배우면서 소동파의 시를 애독하므로 과거급제자 방이 나붙으면 사람들이 “올해 소동파가 00명이 나왔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고 합니다. 『삼국사기(三國史記)』를 지은 김부식의 아버지 김근(金覲)은 북송의 문호 소식(蘇軾)·소철(蘇轍) 형제를 사모하여 그의 넷째, 다섯째 아들 이름을 김부식(金富軾)·김부철(金富轍)로 개명하였다고 하니, 오늘날 말로 소동파의 광팬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렇듯 금강산이 절경임을 강조하는 시의 작가로 소동파를 지목한 것은 아마 고려시대 이래로 유난했던 소동파사랑에서 비롯된 듯합니다.

고려시대 문인들의 일편단심 소동파사랑과는 달리 정작 소동파는 고려를 극도로 싫어하고 견제한, 송대의 대표적인 반한(反韓) 인사였습니다. 그는 「왕자불치이적론(王者不治夷狄論)」이라는 글에서 고려를 비롯한 중국의 주변국을 짐승으로 취급하는 이적금수론(夷狄禽獸論)을 개진하고 중국의 문명적인 통치를 주변 오랑캐에게까지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합니다.

특히 송의 연호를 쓰지 않으면서 송과 거란 사이에서 등거리외교를 펴는 고려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무려 7차례에 걸쳐 집요하게 상주문을 올려 고려와 상종하면 다섯 가지 해악이 있다며 이른바 ‘고려오해론(高麗五害論)’를 주장합니다.

그 다섯 가지 해악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고려의 조공품은 대부분 노리개와 같이 무용한 물건인 반면에 송의 답례는 국고에 나온 현찰로 백성의 고혈이며 둘째, 고려사신을 묵는 영빈관 수리에 들어가는 물력과 인력이 방대하여 백성의 고통이 배가되며 셋째, 고려에게 내린 하사품이 거란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므로 이는 오랑캐의 손을 빌려 도적에게 양식을 대어주는 꼴이며 넷째, 고려가 중국의 대의를 흠모한다는 구실로 중국에 들어와 가는 곳마다 중국 산천을 그리는데 사실상 중국의 허실을 염탐하여 거란에게 제공할 것이며 다섯째, 송과 거란이 잠시 맹약(盟約)을 맺은 상태인데 만약 송과 고려와의 상종을 구실삼아 거란이 맹약을 깨트린다면 송의 입장이 난감해진다는 것입니다.

필자도 소동파의 「적벽부(赤壁賦)」를 비롯한 명문장과 그의 시사(詩詞) 몇 수 정도는 입에 외울 정도로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그의 시문이 빼어나다고 해서 소동파가 한국인의 애정을 한 몸에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고려를 금수와 같은 오랑캐라고 혐오하는 그의 고질적인 중화사상(中華思想)에는 동조할 수 없습니다. 소동파도 결국은 자국의 이익에 충실한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우리가 동파육(東坡肉)이 맛있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최근 사드배치를 둘러싼 한중 양국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양국 정상끼리 “절친(老朋友)”이라며 우의를 과시하더니, 어느새 외교부 수뇌끼리 만나 눈길을 피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사드배치에 반발하여 한국인의 상무비자발급을 보류하고, 내부적으로 한류(韓流) 제한령이 떨어지고, 관용매체를 동원하여 한국의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선동적 보도활동도 감지됩니다. 이에 상응하는 중국 네티즌의 반한기운도 심상치 않습니다. 혹자는 소동파의 “고려오해론”를 원용하여 “한국해악론”을 퍼트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국의 시진핑국가주석이 박근혜대통령 손을 잡고 “절친(老朋友)”이라고 외친 뜻을 냉철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절친”이래야 중국의 전통적인 외교 전략인 이이제이(以夷制夷) 프레임 안에서 미국과 북한을 견제하기 위한 새로 사귄 잠시 동안의 친구일 뿐입니다. 우리에게 잠시 우호적이었다고 해서 환상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중국 정치인이 내뱉는 “절친”이라는 말 근저에는 우리를 아직도 주변 오랑캐로 인식하는 오랜 전통이 깔려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역사의식입니다.

이번 주는 냉철하게 각자의 역사의식을 점검하여 올바르게 정립하길 축복합니다. 아울러 우방의 의미도 반추해보길 기원합니다. 중국의 기침소리에 온 나라가 갈팡질팡하는 꼴이 한심해서 하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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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호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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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문학박사,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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