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관광객 특수를 맞고 있는 명동, 기획된 콘텐츠 없이 단순 쇼핑위주의 여행이 주류다

넓은 중국의 자국 지방여행보다 가까운 한국이 비용도 저렴 ‘선택 여지없이 선호할 수밖에’

[골프타임즈=장창호 칼럼리스트] 길을 나서면 사방에 벚꽃이 절정입니다. 대학캠퍼스에도 꽃나무 아래서 저마다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는 청춘의 모습이 근자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강의실에 들어가면 봄기운에 들뜬 학생들이 이 좋은 날에 야외수업을 하자고 난리입니다. 놀기에 참 좋은 시절입니다. 오늘은 우리나라에 나들이 오는 중국관광객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중국관광객을 요우커(遊客)라고 부릅니다. 2014년부터 요우커가 연간 1억 명을 상회하다보니 CNN의 「On China」라는 프로그램에서 급증하는 중국 요우커를 어떻게 맞을 것인가를 갖고 토론할 정도로 요우커의 유치는 전(全)세계적 관심사입니다.

우리나라도 몰려오는 요우커의 물결로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명동 일대는 요우커에게 점령당한지 오래이며 전국관광지 어디가도 요우커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호텔이 턱없이 부족하고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마땅찮은데도 요우커의 관광수요는 해마다 폭발하니 우리로선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필자는 유가의 의(義)덕목을 강의할 때 공자가 이득을 결코 천시하지 않았다고 소개합니다. 『논어』의 「헌문(憲問)」편에 “見利思義(견리사의 : 이득거리를 보면 의로운가를 생각하라)”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득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수단과 방법이 정당하다면 이러한 이득은 의롭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관광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요우커의 입국이 전년보다 6.8% 감소한 1323만1651명에 그쳤습니다. 원인을 작년에 메르스가 기승을 부려 일본을 대체 관광지로 선택한 여파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하지만 필자는 이를 자업자득이라고 봅니다. 요우커를 유치하고 대접하는 과정에서 수단과 방법이 정당하지 못해 요우커의 마음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다년간 중국어 관광안내원을 선발하는 일에 참여하며 여행사사장들과 많이 접촉하여 저간의 사정을 어느 정도 압니다. 요우커의 한국관광 대부분 한국여행사가 중국여행사로부터 여행경비를 지불받기는커녕 오히려 관광객 머리수만큼 돈을 지불하고 관광객을 산 다음 쇼핑관광으로 이득을 내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그런 만큼 제공되는 호텔과 음식은 물론이고 쇼핑 위주로 짜진 여행의 질 또한 형편없어 요우커의 성에 차지 않을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그런데도 여행사사장들은 장담합니다. 13억이 넘은 중국 인구 중에 연간 해외관광객은 1억 명이 넘고 여태 한국에 들어온 요우커라해야 아직 1억 명도 안 되는데다 중국인은 해마다 천만 명 이상 태어나므로 한국에 한 번도 못 와본 관광객수요는 끊일 수가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넓은 중국에서 지방여행보다 가까운 한국이 비용 측면에서도 싸고 K팝에다 「대장금」이나 「별에서 온 그대」와 같은 한류 드라마 빵빵 터트려주면 여행의 질과 상관없이 요우커는 끊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디에도 내 나라에 온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겠다는 직업의식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얼마 전 인천으로 중국 광저우의 유통업체 아오란그룹(傲瀾集團) 직원 6천명이 단체로 ‘포상 관광’을 와서 치맥파티를 연 장관(壯觀)이 한중 양국에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지금 부산에도 중국 금융회사 임직원 4,200명이 초대형 크루즈선을 타고 입항하여 ‘포상 관광'을 즐긴다고 합니다.

“복은 함께 누리고 환란은 함께 겪는다(有福同享, 有難同當)”라는 중국말이 있습니다. 중국의 기업문화를 주목해야 합니다.

기업주가 창업의 어려움을 함께 한 직원의 노고를 잊지 않고 기업 성장의 과실을 공유한다는 정신입니다. 중국 요우커의 ‘포상 관광’ 근저에는 종업원을 인간적으로 대접하는 유상(儒商)문화의 전통 속에 현대 지본주의의 인센티브 제도를 잘 조화시키려는 중국인의 노력이 담겨있습니다.

우리나라 여행사가 이득 창출을 위해 수단과 방법의 정당성을 도외시할 때 중국기업은 종업원을 인간적으로 대접함으로써 이익 사용의 의로움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관광자원에 안주하여 요우커를 이득의 수단으로만 보지 말고 인간존중의 마음으로 내 나라에 온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겠다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벚꽃이 만개한 이번 주는 벚꽃놀이 나들이하는 여유를 누리시길 축복합니다. 나들이 길에 요우커라도 만나면 따뜻하게 미소를 보냅시다. 따뜻한 미소야말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하는 중국 요우커의 마음을 다시 녹일 수 있습니다. 중국이 우리만큼 명품드라마를 만드는 날에도 한국을 찾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친절하지 않으면 시쳇말로 중국인의 한국관광 붐이 한 방에 훅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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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호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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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문학박사,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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