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엠비씨 100분토론 화면 캡처(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언어가 의사를 전달하는 도구로써 변명하면 도망가는 말로 궁색하기 짝이 없고 솔직 담백하게 표현되면 아름다운 시처럼 감동 일으켜...

[골프타임즈=장창호 칼럼리스트]  세월이 시위를 떠난 활처럼 빠르게 지나 벌써 6월 초순입니다. 조석의 서늘한 기운을 빼면 무더위 때문에 무심코 짜증스런 말을 내뱉는 경우가 잦아졌습니다. 요즈음 무심코 내뱉은 말 때문에 구설수에 오른 사람들이 많아 보기에 딱합니다. 오늘은 말로 곤혹을 겪는 설화(舌禍)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맹자는 비유에 능하다는 역대의 평가에 걸맞게 언변에 뛰어난 사상가입니다. 또한 남이 한 말의 진실성을 잘 판단한다고 해서 맹자 본인도 자신은 말을 잘 안다고 자부했습니다. 『맹자』의 「공손추(公孫丑)」 하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편파적인 말에서 무엇을 은폐하는지 알며, 사실과 다른 말에서 어디에 함몰되었는지 알며, 사악한 말에서 어떻게 정도에서 벗어났는지 알며, 핑계를 대는 말에서 무엇이 궁색한지 안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며칠 전에 이른바 새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석상에서 한 여성변호사가 새나라당을 “아주 매력 없는 이성(異姓)”에 비유하면서 “능력도 없고, 미래 비전도 안 보이고, 성격도 나쁜, 어디에도 쓸모없는 남자”라고 질타하였습니다.

천하가 다 아는 총선패배의 원인을 아직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여당의 행태가 한심해서 비꼰 발언입니다. 마치 맹자의 「지언(知言)」장을 충실히 읽은 듯해서 더욱 통쾌하게 들립니다.

그러나 동양에선 말을 잘 알고 잘 하는 것을 장려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유가와 도가를 막론하고 의사전달 도구로서의 말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고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합니다.

『주역(周易)』의 「계사상(繫辭上)」에서 공자는 군자가 자기 방에서 말을 해도 그 말이 옳지 않으면 천리 밖에서 반발한다고 지적하고 언행을 신중히 하라고 당부합니다. 유가가 말을 조심하라고 가르치는 것에 비해서 도가는 아예 말의 기능 자체를 부정합니다. 노자는 『도덕경』 제1장 첫 마디에서 “도를 도라고 말할 수 있으면 진정한 도가 아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장자의 설명은 더욱 기가 막힙니다. 장자는 수레바퀴를 만드는 장인 윤편(輪扁)의 입을 빌어 옛 성현의 말이 담긴 책이란 성현의 정신 전부를 전달하지 못하므로 껍데기인 조박(糟粕)에 불과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장자는 낚시꾼이 물고기를 잡으면 도구인 낚싯대를 잊어버리듯이 화자의 의도만 파악하면 껍데기인 말은 잊어버리자며 득의망언(得意忘言)이란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도를 직접적으로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대부분 우언이란 이야기로 간접적으로 전합니다.

말을 가려서 하지 않거나 너무 직설적으로 내뱉어 곤욕을 치른 인사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설화(舌禍)란 부적절한 말 혹은 실언을 해서 타인의 반감을 사거나 타인의 중상모략으로 자신이 화를 입는 경우를 말합니다. 모두 말이 불러온 화입니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고 말이 순기능을 할 때도 많지만, 거꾸로 뱉은 말이 칼이 되어 남을 다치게 하는 역기능도 많습니다.

필자는 젊었을 때 말을 모질게 하는 편이었습니다. 토론을 할 때 준비가 부족한 학우를 혹독한 말로 궁지에 몰아넣는 것에 재미를 붙이고 말을 가리지 않아 상처를 많이 주었습니다. 선후배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말에 너그러운 인덕(仁德)이 있어야 했는데 구덕(口德)이 부족했습니다. 연전에 논문발표회장에서 조우한 한 후배가 필자와 토론을 마친 후 농담을 건넸습니다. “창호 형 어디 갔지요?” 무슨 말인가 의아했는데 방금 토론에서 자신의 의견을 너무 순순히 받아들여 옛날 날카롭던 선배의 모습이 없어 지금 찾는 중이라며 크게 웃었습니다. 필자도 따라 웃었지만 속으로 매우 부끄러웠습니다.

노무현대통령 시절에 옳은 말을 얄밉게 해서 정권에 부담을 준 장관이 있었습니다. 그를 보면서 저 장관도 나처럼 구덕이 참 부족한 사람이라고 동병상련을 느꼈는데, 요즘 「썰전」이란 종편의 대담프로그램에서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예봉은 그대로지만 표현이 매우 너그러워져 보기가 아주 편해졌습니다. 개혁이 다급했던 시대상황을 감안해도 진작 그럴 것이지 하는 아쉬움은 여전합니다.

여당에서도 좋은 학벌로 승승장구하던 젊은 초선의원이 기자들과 술자리에서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전도가 꺾인 사례가 있습니다. 이번 총선의 여당 대패도 여당에서 국민이 듣기 싫어하는 말만 골라한 무신경이 초래한 참화입니다. “화가 입으로부터 나온다(禍從口出)”는 중국말이 틀린 것 같지 않습니다.

유명 가수의 화투그림 대작(代作)의혹이 결국 검찰 수사로 이어졌습니다. 검찰 조사를 받으러 와서 잠시 기자들에게 “나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고, 정통 미술을 하는 사람도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맹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도망가는 말로 궁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요즈음 SNS을 통해 일상의 활동을 전하거나 자기 견해를 전하는 저명인사가 많습니다.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의 일환이겠으나 자연히 말이 많아져서 자칫하면 구설수에 오르기 쉽습니다. 심지어 설화를 겪는 경우를 주위에서 종종 봅니다. 항상 언어가 의사를 전달하는 도구로서 부족하며 심지어 위험하다는 옛 성현의 경고를 명심해야겠습니다.

이번 주는 남을 칭찬하고 용기를 불어넣는 말을 많이 하시길 축복합니다. 그리고 말하는 자리에서 맹자나 장자처럼 비유나 우언을 적절하게 잘 활용해보라고 권면 드립니다. 우리의 언어생활이 격조가 높아져야 합니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네 필의 말이 이끄는 수레로도 뒤쫓을 수 없습니다. 말실수로 쓸데없이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도록 거듭 당부 드립니다.

장창호 칼럼 보러가기➧장창호의 문화 단상

장창호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국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문학박사, 칼럼리스트]
※ 본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