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네이버 블로그 캡처

어렵고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 인간관계는 험한 풍파를 함께 겪고 오래 지내봐야 속내 알아

[골프타임즈=장창호 칼럼리스트] 겨울답게 동장군이 찾아와 모처럼 추위에 떨게 하더니 한·중 관계도 추위를 타기 직전입니다. 지난 주 뉴스의 초점은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었습니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도발에 체면이 크게 구겼지만 중국의 공식 반응은 또 다시 당사자의 냉정 강조이었습니다. 심지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정상간 핫라인 통화마저 피한다는 소문도 들렸습니다.

13일 박근혜대통령은 “어렵고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라며 중국의 대북 제제 동참을 공개적으로 촉구하였습니다. 이에 우다웨이(武大偉) 중국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중국에 ‘질풍지경초(疾風知勁草)’란 표현이 있다. 중·한 양국은 계속 소통하자”라며 거의 선(禪)문답에 가까운 속내를 드러내었습니다. 오늘은 중국인의 속내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질풍지경초’는 『후한서(後漢書)』의 「왕패전(王霸傳)」에서 후한의 광무제(光武帝) 유수(劉秀)가 한 말입니다. 한(漢)나라를 멸하고 왕망(王莽)이 신(新)나라를 세웠으나 도처에서 농민들이 봉기하였습니다.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의 9대손인 유수(劉秀)로 군대를 일으켰고, 하남성(河南省) 영양(潁陽)을 지나면서 왕패가 유수의 군대에 합류하였습니다.

이후 왕패는 유수가 1만명의 군사로 왕망의 40만 대군과 격돌하였을 때도 함께 악전고투하였고, 유수의 군대가 하북(河北)지방으로 출정하였을 때도 따라갔으며, 황하를 건너 농민군과 맞붙어 밀리자 그가 데려왔던 수십 명의 동료가 모두 도망갔으나 왕패만은 끝까지 남아 싸웠습니다. 유수가 감격하여 왕패에게 말하길, “영천(潁川)에서 나를 따르는 자들이 모두 떠나고 그대만 홀로 남았구려. 노력하세, 세찬 바람이 불어야 억센 풀인지 알 수 있지!”라 하였습니다.

‘세찬 바람이 불어야 억센 풀인지 알 수 있다’라는 이 말은 중국인의 전형적인 ‘만만디(慢慢的)’ 정신을 대표합니다. 이와 유사한 표현으로 중국어에 ‘노원지마력’(路遠知馬力 :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안다)이란 성어도 있습니다. 모두 인간관계는 험한 풍파를 함께 겪고 오래 지내봐야 진가가 나타난다는 뜻을 비유합니다. 그래서 필자는 중국당국의 이 발언은 북한 문제에 관한한 아직 험한 풍파가 더 남았으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인식의 일단을 피력하였다고 판단합니다. 더 기다려보자는 속내일 것입니다.

중국어에 이런 표현도 있습니다. “큰일은 작은 일로, 작은 일은 없었던 일로 만든다(大事化爲小事, 小事化爲沒事).” 중국은 이번 북한의 핵실험을 작은 일로 취급하고 싶고, 기왕 작은 일이니 아예 없었던 일로 하면 더욱 좋으며, 애초에 아무 일도 없었는데 급히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느니 만사 천천히 대응하자는 속내입니다. 어떤 중국계 학자는 중국이란 나라는 예로부터 ‘움직임(動)’ 자체를 ‘혼란(亂)’으로 받아들여 매사에 현상유지에 급급하고 현상의 변화 곧 동란(動亂)을 매우 꺼린다고 지적합니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움직임’으로 받아들이기 싫었던 모양입니다.

중국의 역대 정권은 전통적으로 ‘유온(維穩, 안정제일주의)’ 노선을 고집합니다. 그리고 국제적 분쟁이 발생하면 습관적으로 화해와 냉정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중국에 기대하는 대(對)북한 유류(油類)공급중단과 같은 실효성 있는 제재조치는 난망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현상을 움직이는 일이 중국의 ‘유온’ 정책기조와 어긋나 종국에는 혼란을 초래할까 염려해서 입니다. 새로 사귄 친구에게는 우정을 의심하지 말라고 달래면서 미운 죽마고우는 선뜻 내치지 못하는 중국 당국의 고민이 이해가 됩니다. 중국의 움직임 어지럼증을 치유할 우리 쪽의 지혜로운 처방이 필요할 때입니다.

작년 9월 초 박근혜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안내를 받아 베이징 천안문 성루에서 올라 6.25전쟁 때 우리 국군과 싸웠던 중국인민군대의 열병식을 참관하였습니다. 그때는 한국의 대통령이 중국의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 이제 중국의 국가주석이 한국의 손을 잡아 줄 때입니다. 중국인은 빚을 지면 반드시 갚는 것이 철칙이라고 합니다. 중국이 한국대통령에게 진 인정의 빚(人情債)을 조속히 갚고 너무 기다리게 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한국은 ‘빨리빨리’에 익숙합니다.

이번 주는 어떠한 경우에도 우정이 변치 않는 친구가 주위에 많길 축복합니다. 그리고 친구 사이에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선문답으로 친구 속을 썩이지 말기를 권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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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호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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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문학박사,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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