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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호의 문화 단상] 만리장성, 운명은 종이 한 장 차이 ‘원망=관광수익’

군사 · 문화적 성벽이 훗날 중국을 대표하는 관광 명물로 빛나다 장창호 칼럼리스트l승인2015.11.02l수정2015.11.0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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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리장성, 교과서에 나오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출처 네이버 사진 캡처

발아래 벽돌 하나하나에 억울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는 만리장성... 역사의 진실도 알아야

[골프타임즈=장창호 칼럼리스트] 만산홍엽으로 단풍이 좋은 시절에 중국으로 답사여행을 떠난 딸의 소식을 쓸데없이 기다리면서 문득 만리장성 주변 산등성이의 화려한 단풍이 떠오릅니다. 오늘은 만리장성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우리말에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순조 때 학자 조재삼(趙在三)의 『송남잡지(松南雜識)』에서는 이 속담이 왜군(倭軍)이 우리나라를 침입하였을 때 하룻밤을 머물지라도 적의 방비를 위해 주둔지에 반드시 성을 쌓은 것에서 유래한다며, 왜군이 비록 야만족이지만 철저한 유비무환의 정신은 우리도 배우자고 강조하였습니다.

하지만 필자가 중국인에게 들은 이야기는 이와 전혀 다르고 훨씬 더 흥미진진합니다. 만리장성 축조를 서둘라는 진시황의 엄명이 추상같을 때에 일어난 촌극입니다. 어느 시골사내의 집으로 장성을 쌓는 부역에 나가라는 명령이 날아들었습니다. 장성 부역에 나갔다가 돌아온 사람이 없었기에 온 집안이 초상집이 되었습니다. 이 와중에 시골사내의 아내는 냉정을 찾아 남편과 생이별을 면할 방책을 모색했습니다.

마침 자기 집 아래채에 잠시 유숙하고 있는 나그네가 떠올랐습니다. 날이 밝으면 부역에 나갈 남편은 친지들과 이별주를 과하게 마시고 쓰러졌습니다. 시골사내의 아내는 남편을 딴 방에 옮겨 재우고 몰래 나그네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갖은 교태로 유혹했습니다. 나그네는 내심 조상이 덕을 쌓은 음덕의 결과라고 쾌재를 부르며 하룻밤 연정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작심한 아내는 자꾸 나그네의 품을 찾았고 어느덧 해가 중천에 올랐습니다.

때가 되어 현아(縣衙)의 부역 징발관이 시골사내의 집을 찾았습니다. 대문에서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자 징발관은 집안으로 들이닥쳤습니다. 아직도 시골사내의 아내와 나란히 침상에 누워있던 나그네에게 갈 길이 멀다며 빨리 출발하자고 재촉하였습니다.

일이 묘하게 돌아가자 나그네가 자기는 남편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지만, 아내는 시침을 떼고 남편이 술이 덜 깨어 횡설수설한다고 우겼습니다. 징발관이 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하루 밤을 자도 남편이니 만리장성 쌓으러 가야 하네!” 끝내 나그네는 억울하다고 울부짖으며 장성을 쌓으러 끌려갔습니다. 이후로 마을 사람 사이에 이런 말이 나돌았습니다. “하루 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

중국인들은 “장성에 오르지 않고는 사나이 대장부가 아니다(不到長成非好漢)”라며 만리장성을 천하의 명소로 꼽습니다. 또한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와 엄청난 관광수익을 안겨줍니다. 수많은 억울한 사연에도 불구하고 만리장성을 쌓기 시작한 진시황은 폭군이라는 이미지 대신에 중국인에겐 이미 고마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만리장성에 갈 기회가 있다면 발아래 벽돌 하나하나에 원혼(冤魂)의 억울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기 바랍니다. 그게 역사의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에서 육안으로 확인되는 지구의 인공구조물은 중국의 만리장성뿐이라니 조만간 만리장성을 직접 구경할 기회가 있길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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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호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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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문학박사, 칼럼리스트]

※ 본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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