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부시도록 푸르른 날에 모자를 쓰고 외출한다. 사람의 눈높이와 일치하여 눈길이 쏠리기 마련이지만 모자는 그냥 패션으로서 모자일 뿐이다.

나에게 억울한 모자 씌우기를 싫어하듯 남에게 억울한 모자 씌우기를 자제해야

[골프타임즈=장창호 칼럼리스트] 조석(朝夕)으로 일교차가 심해 아파트 베란다의 창문을 마냥 열어놓을 수 없는 절기입니다. 날씨에 몸이 더디 반응하여 자칫 건강을 해치기 쉬운데 지난 한 주간도 안녕하십니까?

날이 조금 서늘해지면 저는 기다렸다는 듯이 외출 때 모자쓰기를 즐깁니다. 그래서 오늘은 모자(帽子)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모자를 쓴 제 모습이 돌아가신 사진 속 모자를 쓰고 계신 조부님의 모습과 닮아서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닮아가서 조부님의 사진을 보면 마치 거울을 보는 느낌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이 왠지 좋아집니다.

모자쓰기는 말하자면 제 나름대로 존재확인 의식 중 하나입니다. 지난 해 겨울 유럽여행 때도 모자 구입이 저의 유일한 쇼핑 품목이었습니다.

중국말에 ‘코우마오즈(叩帽子: 모자를 씌우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남의 특성을 한 마디로 ‘~~주의자’라고 단정지울 때 쓰이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극우주의자’이니 ‘극좌모험분자’이니 ‘수정주의자’ 따위의 표현인데, 요즈음은 ‘보수꼴통’이니 좌익 빨갱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모자를 쓰면 아무래도 모자의 위치가 사람의 눈높이와 일치하므로 사람의 눈길이 쏠리게 마련입니다. 마찬가지로 남에게 모자를 씌우면 그 사람의 전체 인격에 상관없이 그 사람에게 덮어씌운 모자에 사람들의 이목(耳目)이 집중됩니다. 그래서 한 정파에서 한 사람을 지목해서 집중 공격할 때 이런 모자 씌우기 수법을 애용합니다.

설사 공격받는 사람의 본질과 상관없는 단정(斷定)이라도 자꾸 반복해서 사용하면 대중은 습관이 되어 그 사람을 일컬을 때 자기도 모르게 ‘~~주의자’라고 단정하게 됩니다. 참으로 무서운 선전선동 수법입니다.

사람의 인격을 한 마디로 단정지울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얼마나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 복합적인 존재입니까? 요즈음 인터넷을 보면 대소사를 막론하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람을 쉽게 단정하여 모자를 씌웁니다. 그리고 전후 사정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벌떼처럼 달려들어 남의 존재를 부정하는 아픈 말들을 쏟아냅니다. 심지어 심지가 약한 사람은 모자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에 이르기도 합니다.

함부로 남에게 모자를 씌우질 않길 바랍니다. 남이 나에게 억울한 모자 씌우기를 싫어하듯이 우리도 남에게 억울한 모자 씌우기를 자제해야겠습니다.

이번 한 주는 남의 다양한 특성을 인정해주는 너그러움을 서로 나누었으면 합니다. 이웃에게 예쁜 모자를 씌워줍시다! 그리고 친구와 주위 사람에게 긍정의 말을 많이 듣는 한 주가 되길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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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호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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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문학박사,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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