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표 해설위원(우측)의 축구전망(사진 출처=KBS 화면 캡처), 데이터 중심의 관점에 도움되는 정보 제공 노력 돋보여...

자질없는 샤우팅해설과 애국주의, 통쾌할까마는 전문성 결여로 위험하다. 대놓고 무식을 홍보하는 유명세 '3사 시청률' 저조... 높은 중계료 지불 울고싶어라~

[골프타임즈=장창호 칼럼리스트] 내일이면 모기 입도 비뚤어진다는 처서(處暑)입니다. 더위가 물러가야 할 절기이지만 여전히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리우올림픽이 폐막되었습니다. 유난히 멋들어졌던 성화도 꺼지면서 잠 못 이루는 열대야의 좋은 동반자였던 올림픽을 보는 재미가 사라져 못내 아쉽습니다. 오늘은 올림픽 여운으로 중계방송의 해설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작년 이맘때에 영문과 교수님께서 처서의 뜻을 물었습니다. 처서의 ‘처’자가 거처하다는 뜻이고 ‘서’자는 더위라는 뜻이니 합하면 더위 속에 머문다는 뜻인데 왜 더위가 가시다는 절기를 처서라고 하느냐고 따지듯이 질문했습니다. 한자의 쓰임새에 익숙하지 않으면 당연히 가질만한 의문입니다. 마침 옆에 계시던 중문과 동료교수님이 웃으면서 필자 대신 설명해주었습니다. 한자가 요술쟁이라서 그렇다고.

처서의 ‘처(處)’자를 거처(居處)할 처로 읽는 것은 맞습니다. 이때의 ‘거’자와 ‘처’자는 모두 머문다는 뜻을 가진 동의어이고, 거처는 동의 합성어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한 곳에 머문다는 것은 떠돌이 생활을 그치고 한 곳에 발길을 멈춤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거’자와 ‘처’자는 그칠 지(止)자와도 서로 통용됩니다. 따라서 처서는 더위 속에 머문다는 뜻이 아니라 더위가 그친다는 뜻입니다.

여기까지 동료교수님이 설명하고 필자가 한 마디 보충했습니다. 처서를 기점으로 중국 강남(江南) 일대 장강의 수온이 실제로 내려가기 시작하며, 더위가 그쳐 이때부터 모기입도 삐뚤어져 잘 물지 못한다고 말입니다. 설명을 다 들은 영문과 교수님께서 역시 전문가들이라 다르다면서 우리더러 ‘친절한 해설자!’라며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올림픽이 열리던 17일 동안 지상파 TV3사가 매일 태극전사의 경기를 중계 방송했습니다. 우리 대표선수의 선전에 박수와 응원을 보내면서도 못내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바로 해설의 수준이었습니다. TV3사가 저마다 전직 메달리스트나 스타급 유명선수를 해설자로 확보하여 시청률 경쟁을 벌였습니다. 급하게 유명세만 앞세우고 해설자로서의 자질 검증을 소홀히 한 탓인지 중계방송 시청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우리 선수 출전 경기의 경우 도가 지나쳤습니다.

스포츠경기 중계방송의 해설자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기본 자질을 구비해야 합니다. 전문가로서 경기규칙에 대한 충분한 지식, 경기 관련 데이트 분석 능력, 경기의 맥을 짚어내는 통찰력, 객관적 자세를 유지하는 냉철함과 공정함, 그리고 어려운 용어를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화술 등입니다.

필자가 기억컨대, 우리선수가 출전하지 않는 종목이나 메달 획득 가능성이 희박한 종목에선 해설자 대부분 비교적 중심을 잡고 공정한 해설을 지향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에선 위의 요건을 갖춘 해설자가 드물었습니다. 편파해설이 심하다 못해 해설자인지 응원단장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습니다. 예외를 꼽자면 축구의 이영표해설자가 데이터 중심으로 관전에 도움 되는 정보를 알려주려고 애썼습니다.

방송이 공기(公器)인데 출전 선수와의 친분을 과시하기 위해 존칭 없이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무례는 예사였습니다. 어떤 이는 해설은 아예 염두에 없고 응원하는 고함소리만 방송 내내 질러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금메달을 딴 종목이면 다음날 네티즌들이 애국해설이니 샤우팅해설이니 띄어주는데 참으로 실소를 금하지 못합니다.

도대체 해설가로서 화술의 기본도 갖추지 못하였고, 과도하게 흥분하여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거나 감격해서 울먹인다면 어느 겨를에 경기를 분석하고 시청자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겠습니까! 해설자의 본분과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나 해설을 맡기로 했는지 되레 궁금합니다. 뜨거운 가슴만 있고 차가운 머리가 없는 해설이 난무했던 올림픽중계방송이었습니다.

각 방속국의 책임이 큽니다. 해설자의 유명세에 연연해서 자질도 검증하지 않았거니와 사전 교육도 부실했던 탓입니다. 이번 올림픽중계방송의 시청률이 예상외로 저조하여 막대한 중계료를 지불했던 지상파 TV3사가 울상이라고 들었습니다. 자업자득입니다.

자국선수가 출전하는 경기면 3사 모두 일제히 중계해 시청률을 나눠먹기 하는데 시청률이 높을 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TV중계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미디어나 SNS를 통해 얼마든지 경기를 시청할 수 있습니다. 향후 터무니없이 높은 중계료를 지불하는 방식도 재고하고, 자국선수가 출전해도 3사가 윤번제로 중계하고 남은 채널로 수준 높은 타국 선수의 경기나 다양한 종목의 경기를 중계하여 시청자의 올림픽 볼 권리를 충족시켜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해설자를 지금처럼 유명세에 의존하지 않고 자질 위주로 선발해서 중계방송을 보면서 해설이 짜증나서 이리저리 채널사냥을 할 필요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올림픽이라는 큰 잔치에 찬 물 끼얹기 같아 참았지만 이제는 끝난 마당이라 쓴 소리를 했습니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샤우팅해설과 애국주의 일변도 해설이 우선은 통쾌하겠지만 위험합니다. 해설의 기본덕목인 전문성과 친절함이 결여되었고, 애국주의해설은 맹목적인 국수주의(國粹主義)의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금메달을 많이 딴다고 국력과 민족의 우수성을 증명하지 않습니다. 해설이 스포츠내셔널리즘을 부추기는데 일조하지 않길 바랍니다. 각자의 본분을 잘 인식하는 한 주가 되길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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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호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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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문학박사,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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