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축구 명장면(유튜브 화면 캡처)

어려운 현실, 전략과 노력으로 역경을 딛고 삶의 목표를 찾아야

[골프타임즈=장창호 칼럼리스트] 세상이 온통 진달래, 철쭉, 영산홍으로 붉게 물들어 상춘객(賞春客)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요즘 봄꽃만큼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이 유럽축구연맹(UEFA)의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입니다. 새벽에 중계되어 불편하지만 열광팬들에겐 재미가 설친 새벽잠을 상쇄할만합니다. 오늘은 우리나라 여성들이 싫어한다는 축구이야기를 하겠습니다. 

UEFA의 챔피언스리그는 매년마다 유럽축구연맹 산하의 각국 리그에서 상위팀을 엄선해서 최고의 축구클럽을 가려내는 이벤트입니다.

필자는 감히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의 실력이 월드컵우승국을 능가한다고 판단합니다. 필자가 특히 열광하는 이유는 최강의 선수층을 보유한 팀이 우승에 근접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아서입니다. 전통의 강팀이 어김없이 이기리란 법이 없어 매년 새로운 전술로 돌풍을 일으키는 다크호스가 출현합니다. 해마다 다양한 축구전술이 선보이고 공은 둥글다는 승부의 불예측성을 확인해주기로는 이만한 이벤트가 없습니다. 

유럽의 축구 열기는 우리의 상상을 절(絶)합니다. 영국도 축구종가답게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축구국가입니다. 대영제국의 해가 지지 않는 영화는 사라졌지만 이제는 축구로 해가 뜨고 지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특히 유럽 3대 축구리그의 하나인 EPL(England Premier League)은 영국인의 자랑거리입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세계적인 선수가 즐비하고 엄청난 속도감에 박력이 넘치는 경기력으로 지구촌 축구팬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습니다. 천문학적인 중계료 수입과 중동을 비롯하여 러시아와 동남아재벌까지 구단주로 가세한 자금력을 앞세워 세계 도처에서 온 최고 수준의 축구선수들의 경연장이 바로 프리미어리그입니다.

 프리미어리그가 현존 세계 최고의 리그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최강의 리그냐면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올해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 EPL은 맨체스터 시티 한 팀만 살아남았습니다. 반면 경쟁리그인 스페인의 라리가는 3팀, 독일의 분데스리가는 2팀이 8강에 올랐습니다. 최근 20년간 라리가팀이 7차례 우승할 동안 프리미어리그팀은 4차례에 그쳤습니다.

막대한 투자와 대비하여 프리미어리그에 강팀이 적은 이유를 한국의 축구 전문가가 내놓은 분석은 시사(示唆)하는 바가 큽니다. 프리미어의 영국선수는 굳이 고액연봉을 두고 외국의 다른 리그에 진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교류를 통한 실력향상의 동기유발요인이 낮고, 외국선수는 프리미어리그 진출로 선수경력의 정점을 찍었으므로 대부분 안주해서 실력이 제자리걸음한다는 것입니다. 거기에다 외국 구단주의 성적지상주의에 따라 잦은 선수 방출과 감독교체로 조직력이 떨어져서 타국 리그의 조직력이 강한 팀을 만나면 맥을 못 춘다는 진단이었습니다.

중국 축구의 슈퍼리그(약칭 CSL) 열기도 만만찮습니다. 응원하는 팀을 따라 축구장을 전전하며 축구에 인생을 건 사람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축구실력이 아직 변방에 머무는 것이 신기합니다. 특히 한국축구에 대해 오랫동안 공한증(恐韓症)에 시달리고 있어 반갑고도 안타깝습니다. 필자는 이 현상의 원인을 ‘객기(客氣)’라는 말에서 답을 구해봅니다. 객기는 우리말로는 손님이 된 사람이 공연히 부리는 호기라는 뜻으로 남의 동네에 간 게스트의 자아팽창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중국어 ‘커치(客气)’는 겸손이라는 뜻으로 남의 동네에 간 게스트의 자아축소를 의미합니다. 두 나라의 쓰임새가 전혀 다른 이 말이 양국 사이의 축구경기에도 적용됩니다.

중국대표팀은 우리의 상암구장에 오면 그들의 관습대로 ‘커치’해져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반면에 우리대표팀은 베이징의 노동자스타디움(工人體育場)에 들어서면 더 이상 물러설 것이 없을 때 분출되는 한반도인 특유의 역경극복 유전자인 오기가 발동하여 실력 이상의 경기력을 발휘합니다. 이 분석대로 한국팀 불패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 궁금합니다. 또한 중국팀의 부진이 EPL팀의 부진 원인과 그 궤를 같이하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중국의 식자들도 개탄하듯이 중국 슈퍼리그 내의 경쟁이 워낙 치열해져 웬만한 축구선수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있습니다. 이들에게 자국 내의 고액연봉을 마다하고 고생스럽게 유럽의 상위 리그에 진출할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국내의 고액 연봉과 관중의 환호에 안주하다보니 선진축구를 익힐 기회가 그만큼 사라져 해외진출자가 많은 한국이나 일본을 만나면 죽을 쑤게 마련입니다. 일종의 헝그리정신 부족이 중국축구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셈입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선생의 강진 유배시절에 황상(黃裳)이란 제자가 있었습니다. 당시 15세였던 황상이 문사(文史)를 닦으라는 스승의 권고에 자신은 세 가지 병통이 있는데, “첫째는 머리가 아둔하여 기억력이 부족하고, 둘째는 글재주가 없으며, 셋째는 이해력이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이에 다산은 “배우는 사람에게 세 가지 큰 결점이 있다. 첫째, 기억력이 뛰어나면 외운 것을 깊이 음미할 줄 모른다. 둘째, 글재주가 좋으면 제목만 주면 곧 글을 지어내지만 글이 경박하고 들뜨기 쉽다. 셋째, 이해력이 빠르면 말귀를 금방 알아듣지만 곱씹지 않으므로 깊이가 없다. 너는 그런 결점이 하나도 없다. 둔하지만 파고 들면 식견이 넓어지고, 막혔지만 한번 뚫리면 거칠 것이 없으며, 답답하지만 꾸준히 연마하면 그 빛이 더욱 반짝이게 된다.”고 격려했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메우려고 부지런히 절차탁마(切磋琢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선 학자와 축구선수 모두 일맥상통한다고 하겠습니다.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바르셀로나가 이른바 MSN(메시-수아레즈-네이마르)라인이라는 화려한 공격진을 보유하고도 같은 라기가의 AT마드리드에게 패배해 탈락했습니다. 명성과 몸값을 전략과 조직력이 이긴 좋은 예입니다. 앞선 전력만이 승부를 가르는 절대적인 요소가 아니라서 축구가 더욱 재미있습니다.

이번 주는 둥근 축구공처럼 인생이 유전하여 어려운 환경에 놓인 젊은이들이 전략과 노력으로 역경을 딛고 삶의 목표를 성취하길 축복합니다. 아울러 주중에 있을 봄날 축구축제인 챔피언스리그 4강전도 함께 즐기자고 권면합니다. 우리나라도 축구가 야구처럼 일상의 주요 화젯거리가 되는 문화가 형성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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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호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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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문학박사,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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