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자의 충성스런 아부꾼으로 유권자들의 창자를 끊어놓는 추태... ‘정치는 꼴볼견’

[골프타임즈=장창호 칼럼리스트] 병신년(丙申年) 새해입니다. 간지로 따지면 ‘丙’은 붉은 색을 상징하고 ‘申’은 아홉째 지지(地支) 곧 원숭이띠에 속합니다. 그래서 올해를 붉은 원숭이 해라고 합니다. 오늘은 새해 간지에 맞춰 원숭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원숭이를 흔히 잔나비라고 합니다. 동작이 날쌔다는 뜻의 ‘재다’와 원숭이의 우리말 ‘냅’을 합쳐 부르는 말입니다. 영리해서 소설 『서유기(西遊記)』의 주인공 손오공(孫悟空)처럼 멋진 수호신으로 표현되는가 하면, 나무를 잘 타고 사람 흉내를 잘 내 동물원의 인기스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같은 영장류에 속해서인지 원숭이가 나오는 옛이야기에는 인생의 도리에 대해서 시사(示唆)하는 바가 많이 담겨져 있습니다.

중국 남조(南朝) 송(宋)나라 유의경(劉義慶)이 엮은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진(晉)나라의 실권자 환온(桓溫)이 촉(蜀)을 치려고 군함을 이끌고 장강(長江)의 중류 산샤(三峽)에 이르렀을 때 병사 하나가 새끼원숭이 한 마리를 잡아 배에 태웠습니다.

어미원숭이가 슬피 울부짖으며 강가의 절벽을 따라 백리나 쫓아오다가 좁은 골짜기에 이르러 배 위로 몸을 던져 뛰어올랐으나 곧장 숨졌습니다. 사람들이 이상해서 어미의 배를 갈라보니 새끼를 구하겠다고 애타게 달려오느라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있었습니다. 이렇듯 창자가 끊어지는 슬픔 곧 단장(斷腸)이란 말은 원래 지극한 모성애(母性愛)을 전하는 이야기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명대(明代)의 문장가 유기(劉基)의 『욱리자(郁離子)』에서 나오는 우언(寓言) 한 토막입니다. 옛날 초(楚)나라에 원숭이 사육이 생업인 저공(狙公)이란 인물이 있었습니다. 저공은 매일 아침 원숭이 무리를 산속으로 들여보내 초목의 열매를 따오게 하고, 따온 열매의 십분의 일을 자기에게 바치지 않으면 매질을 가하였습니다.

원숭이 무리는 매질이 무서워 감히 대들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어린 원숭이 한 마리가 물었습니다. “산속의 열매를 저공이 심었습니까?” 원숭이 무리가 대답하였습니다. “아니, 저절로 자랐지.” 어린 원숭이가 다시 물었습니다. “저공이 아니면 따서 가질 수 없습니까?” 무리가 대답하였습니다. “아니, 누구나 따서 가질 수 있지.” 어린 원숭이가 또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왜 저공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합니까?” 원숭이 무리가 깨닫고 마침내 저공의 창고를 부수고 모아놓은 열매를 취하여 숲속으로 들어가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공은 끝내 굶어 죽었습니다.

『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에 나오는 ‘조삼모사(朝三暮四)’ 고사에 바탕을 두었지만, 더 이상 통치자의 권모술수에 우롱당하는 어리석은 백성이 아니고, 통치자의 본질과 허구를 자각하고 이에 항거하는 민중이야기로 환골탈태하였습니다.

역시 명대의 저명한 교육가 유원경(劉元卿)이 엮은 『현혁편(賢弈編)』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몸집이 작지만 나무를 잘 타고 손발톱이 날카로운 긴팔원숭이가 있었습니다. 호랑이가 머리가 가려워 긴팔원숭이에게 긁어달라고 시키면서 멈추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습니다. 긁어서 머리에 구멍이 났어도 너무 시원해서 호랑이는 느끼질 못하였습니다. 긴팔원숭이는 마침내 호랑이 골수까지 파먹게 되었고 찌꺼기를 따로 추려내어 별미를 구했는데 감히 혼자 먹을 수 없다며 호랑이에게 바쳤습니다.

호랑이는 긴팔원숭이의 충성에 감동하여 더욱 긴팔원숭이를 신뢰하였습니다. 긴팔원숭이는 결국 호랑이 골을 다 파먹어 골이 텅텅 비게 되었습니다. 그제야 통증을 느낀 호랑이는 급히 긴팔원숭이를 찾았지만 긴팔원숭이는 이미 높은 나무 위로 달아난 뒤였습니다. 호랑이는 길길이 날뛰며 울부짖다가 마침내 죽고 말았습니다. 권위주의 정권에서 아랫사람의 충성스런 아부가 윗사람에게 결국 독이 된다는 교훈을 일깨워줍니다. 

새해벽두부터 매스컴에선 연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도토리 키 재기를 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총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입니다. 정당마다 그 나물에 그 밥이건만 갖은 명분을 내걸고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조삼모사의 권모술수로 또 국민을 농락(籠絡)하려고 듭니다. 개중에는 애써 뽑아주면 어차피 국회보다는 거리에서 구호를 외칠 것이면서 말입니다.

또한 한편에선 독립된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되겠다면서 공공연히 대통령의 거수기 역할을 맡겠다며 나서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인사가 적지 않습니다. 통치자의 충성스런 아부꾼들입니다. 참으로 유권자들의 창자를 끊어놓는 추태입니다.

노자(老子)는 정치인이란 보호의 명목으로 백성의 자유를 앗아간 도적이라고 비꼬았습니다. 새해에는 국민을 파는 정치꾼들의 현혹에 마음과 판단을 도둑맞지 않길 축복합니다. 공자(孔子)는 정치는 바로 잡는 것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올해 병신년은 국민의 영리한 투표로 정치판 모리배는 물론이거니와 잔꾀 부리는 선동가와 볼썽사나운 아첨꾼을 걸러내어 정치문화가 맑게 정화되길 또한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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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장창호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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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문학박사,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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