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메이저 퀸’ 골프 선수 박인비의 캐디 브래드 비처.

[골프타임즈=박승희 기자]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세계 최강자의 이미지를 굳힌 골프 여제가 있다. 그 주인공은 세계 여자 골프 랭킹 1위 ‘메이저 퀸’ 골프 선수 박인비(25·KB금융그룹). 이제 그녀가 움직이면 골프계가 움직인다는 이야기가 농담이 아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5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의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장 올드 코스(파72·6672야드)에서 끝난 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박인비를 멀리서 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일단 주위에 갤러리나 취재진이 많이 몰려 있으면 그 근처에 거의 틀림없이 그녀가 있다. 또한 초록색 조끼를 입은 캐디가 옆에 있으면 박인비가 100% 있다고 보면 된다.

박인비의 캐디는 다른 캐디들과 다른 색깔의 조끼를 입을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다른 캐디들은 흰색 바탕에 빨간 글씨로 된 조끼를 입은 반면 박인비의 캐디는 초록 바탕에 흰색 글씨로 ‘롤렉스 랭킹 No.1’이라고 적힌 조끼를 착용함으로서 그녀가 최고에 자리에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세계 최강의 여자 골프 선수 박인비의 캐디는 호주 사람인 브래드 비처(30)다. 공교롭게도 영문 이름에 박인비(Park InBee)와 비처(Beecher)가 모두 ‘Bee’가 들어간다. 골프계에서는 두 사람의 이름을 조합해 ‘인비처(InBeecher) 콤비’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한다.

브리티시여자오픈을 마친 뒤 만난 비처는 “인비와 나는 우연히 이름에 같은 스펠링이 겹친다”며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은 물론 아니다”고 웃었다.

박인비와 비처의 인연은 6년 전부터 시작됐고 이 기간 동안 두 사람은 말 그대로 좋은 시절과 우울했던 때를 모두 함께 하며 동고동락했다.

비처는 “2006년까지 정일미와 함께 일했고 그때 박인비가 캐디를 구한다는 얘기를 듣고 소개를 받아 2007년부터 함께 하게 됐다”고 첫 만남을 설명했다.

2008년 제63회 US여자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만 해도 박인비와 비처는 승승장구하며 쉽게 정상에 오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로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다시 정상에 오를 때까지 4년이 넘도록 LPGA 투어에서 우승을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시간이 흘러갔다.

그 사이에 JLPGA(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에서 4승을 거두긴 했지만 박인비로서는 미국 무대에서 우승 갈증이 심했던 시기였다.

올해는 박인비가 LPGA 투어에서 메이저 대회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포함해 시즌 6승을 올리며 세계 여자 골프 랭킹, 시즌 상금,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등 주요 부문에서 독주 체제를 갖췄다.

비처는 요즘의 기분을 한마디로 “판타스틱”이라고 말하며 “정말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지금 인비가 세계 여자 골프 랭킹 1위를 질주하고 메이저 대회에서도 연승을 거두는 상황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인 일이다”고 감정을 표현했다.

“브리티시여자오픈를 앞두고 캐디로서 메이저 대회 4연승에 대한 중압감을 느껴는가”라는 질문에 비처는 “중압감에 대해 느끼지 않았다”며 “이런 엄청난 일에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뻤고 오히려 신이 났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껏 함께 한 시기를 되돌아보면 전혀 문제 될 일이 아니다”며 “인비는 이번 대회를 발판으로 앞으로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언제까지 박인비와 함께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인비가 골프 선수를 은퇴할 때까지 항상 옆에서 도와줄 것이다”고 말했다.

박승희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