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박소향)

[골프타임즈=서명남 시인] 봄이 오는 길에 꽃샘추위는 또 심술을 부립니다.
햇볕 따스한 날, 윤슬이 반짝이는 한강이 눈에 들어오는 곳, 물멍 때리기 딱 좋은 장소가 있어 시간을 맡겨봅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잠시 사색을 갖는 시간, 뽀얗게 먼지를 날리며 꽃샘바람이 훼방을 놓습니다. 힘겨웠지만 뜨거운 열정으로 살았던 젊은 날처럼...

꽃샘추위만큼 매서웠던 그 날들도, 황혼기가 되니 소확행으로 찾아와 벗이 되어줍니다. 보랏빛 야생화에 겨우내 앉은 도시의 먼지를 손바닥으로 쓸어주며,  환하게  웃는 꽃잎을 봅니다.

봄을 시샘하는 개구쟁이 바람이 얼른 물러가고
온화한 봄 아가씨가 오기를 기다리며 함께 웃어봅니다.

오늘을 지우며

강기슭 따라
산책하는 꽃샘 바람길
오는 봄을 막아 서는데

뾰족뾰족 올라오는 풀잎들
몸을 숨기고

숨차게 올라온
삶의 언덕 위에서

봄은
물안개로 피어나
이슬 되어 내립니다

해넘이가
수평선에 걸칠 때
손끝에 스치는 바람 하나
오늘을 지우며 가듯

시인 서명남은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부회장, 꽃들힐링 시낭송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희사이버대 미디어 문예창작학과 재학, 시집으로 ‘기억 저편 그 꽃’ 공저로 ‘세모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