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박소향)

[골프타임즈=김효진 작가] “앗! 안됩니다.”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말하고는 머쓱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놀랄 정도였다. 더구나 그  분의 위치를 아는 간부들은 더 놀란 눈빛 이었지만,  곧바로 막아서며 '큰일 난다' 막아서니 그분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따랐다. 

지금처럼  겨울이 지나고 봄이 시작되는 새초롬한 날씨에, 바닷가 바람이 매서운 기아 자동차 화성공장 차량 시험 운전 트랙에서 있었던 일이다.
현대 기아 자동차 그룹 회장인 정의선 회장이 부친 아래서 경영 실습 중, 상무로서 기획, 경영부문장으로 재임 시 내가 근무하던 공장을 방문한 날이었다.

마지막 방문지인 시험장 트랙을 보고 호기심이 발동한 건지, 자기가 직접  운전을 해보겠다고 나서는 걸 막아선 것이다. 사실 화성 공장은 기아차가 몰락하기 전 마지막 힘을 쏟아 건설한 신 공장으로, 약 120만평 부지에 변속기 라인과 조립1,2,3 공장과 시험 트랙장 실험동이 있는 두 개 부지가 연결된 제법 규모를 갖춘 큰 공장이었다. 1999년도에 현대 자동차와 합병되며 필자도 현대측 인수단 일원으로 근무하게 되었을 때 일이다.

서울에서 가까운 기아차 공장인데다, 공장장이신 전무님의 탁월한 운영 방식에 매료된 정몽구 당시 회장은, 매월 4-5회 씩 방문을 하는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그러니 자연 아들인 정상무의 관심과 방문도 잦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흔히 자동차 운전 수십 년 경력에 무사고 운전이라 자랑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거야 도로에 따라 제한 속도가 설정된, 신호로 제어 되는 평탄한 도로에서의 얘기다. 시험장 트랙의 경우는 매우 다르다.

물론 티끌 하나 없이 잘 정리 된 트랙이지만, 차종에 따라 설정된 최고 속도도 다르고, 신 차종일 경우 목표로 한 속도가 나오는지, 속도가 나더라도 달리는 중에 기계는 원활하게 작동 하는지, 불규칙한 흔들림은 없는지, 온갖 사항을 체크하는 것이다.

말이 그렇지, 내 차가 최고 시속 240km라고 계기판에 표시 돼도 그걸 끝까지 밟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더욱 위험하고, 고도로 숙련된 드라이버의 엄격한 테스트 과정을 통과한 사람에게만 그 자격이 부여되는 것이다. 사실 나도 공장에 근무하면서 딱 한번 체험을 했지만, 일반 도로에서 운전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타자마자 금새 100km가 넘더니 150km, 200km를 넘어갔다. 약 45도로 경사진 코너 부분에서는 240km 최고속도로 돌아가는데 저절로 '아악'하는 신음 소리가 나왔다. 그런 체험을 하고 나니 두 번 다시 쳐다보기도 싫었는데, 누군가 더 타자고 채근을 했는지 평소보다 두 배는 더 탄 뒤 내렸다.

내리자마자 '곧 본관으로 모시면서,
“어떠셨습니까 연속으로 그리 오래 타시는 건 처음 봅니다.” “아까는 미안했습니다만 다시는 타시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얘기하며, 혹시라도 만에 하나 불미스런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니, 다음에는 오시더라도 절대 타시지 말라고 하며 무마를 했다. 

내심 단호하게 거절하는 게 다소 언짢기는 했지만, 막상 타고 보니 보통 위험한 게 아니란 걸 느꼈는지, 흥분 된 목소리로 체감한 걸 계속 얘기했다. 공사를 막론하고 사실 윗사람의 요구를 면전에서 거절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불가피할 경우 서슴없이 나서서 막아선다는 건 힘든 일이다. 

그래서 “장소를 이동하는 차 중에서도 상무님은 소중한 분이시고, 언제가는 그룹 총수에 오르실 분이라 더더욱 위험하지 않도록 모실 수밖에 없다”라고 양해를 구했던 것이다.

물론 그 후에 더 이상 탑승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그 누가 오너가 원하는데 그걸 가로막고 나서서 거부할 수 있겠는가. 지금도 그 순간의 일을 후회 한 적은 없다. 나 스스로  겪어보니 너무도 위험하고 힘든 일이었기에 말이다.

작가 김효진은
시와수상문학 시와 수필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꾸준한 문학 사랑으로 많은 문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저서 사집 ‘새벽 별을 걸고’ 2023년 제1회 정병국 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