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영희 시인] 별스러운 얘기는 아니고요. 버릇 하나 얘기해 드리려고요. 알고 지낼 때부터 그니의 손은 굳은살 박여 까슬하고 거친 손이었지만, 맞잡고 있으면 어느새 연결된 심장에서 쿵쿵거리며 들려오던 설렘의 소리가 지금도 여전히 들려와 참하게 길이 들어 버린 버릇이랍니다.

심장 소리에 맞춰 호흡하며 걷는 사이 같은 감각을 지녔다는 점이 뿌듯하여 새삼스러운 것도 없는데, 아이처럼 폴짝거리며 헤실헤실 웃고 잃어버렸던 시간이 돌아와 한 편 한 편 다시 채워지고 있는 버릇이랍니다.

그 버릇 안에는 찬바람 불면 시린 손 주머니 속으로 슬며시 끌어가고 반발치 앞에 선걸음으로 방풍 나무로 서는 그니가 나른한 봄날 고양이처럼 경쾌하고 나긋한 어조로 조곤조곤 나에게만 들려주는 이야기가 쌓여 있습니다.

맞대어진 심장이 공명하여 하나의 소리로 울리는 신기한 경험을 하며 뒹구는 낙엽도 수런거리는 바람도 연결점 안에 다 담아 갈 둘만의 바람이 담긴 버릇. 먼저랄 것도 없이 으레 맞잡게 되는 손.

싸목싸목 함께 걸으며 피안에 닿을 때까지 꼭 잡고 가겠습니다.

천적의 품

들리는 말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평생을 마주 보며 살아야
살아지는 사람이 있다는

그것은,

안 보면 보고 싶어 안달이 나고
못 보면 못 봐서 속이 타
무엇을 해도 의미 없어 허무한 날들이었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냥이라도 곁에만 있어 주면 좋아서
하냥 배시시 거리다
힘든 줄도 모르고 살아지더라는
그런 의미도 아니라

볼 수 없던 날
멀리 있던 날
아픔에 지쳤던 날

달칵 소리에 설레어 눈을 들고
세상을 업고 서 있는 그림자에
몸마저 돌리고
푸석한 낯빛에 눈물을 쏟으면서도
바보처럼 히... 하고 웃고 마는

아무 말 못 하고 내민 손 마주 잡고
그 세계를 다시 품어 안고
살아버리는
그런 의미였더랍니다

시인 박영희는
한국문인협회 회원, 디지털 삽화가, 칼라맨, 캘리그라퍼. 출판편집 디자인 팀 ‘지소사’의 팀장, 시와수상문학 운영위원장으로 문학사랑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박영희 시인은 필명 ‘지소하’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으로 ‘우연처럼 뜬금없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