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화면 캡처

[골프타임즈=최재인 칼럼니스트] 매년 꽃피는 계절 봄이 오면 골프를 좀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마스터즈 대회 개막과 함께 가슴이 설렌다.

또한 별들의 전쟁이나 다름없는 세계 최고의 골퍼들이 숨 막히는 경기를 진행하는 동안 각본 없는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 전 세계 골프 동호인들은 열광한다.

특히 시차가 다른 우리나라 골프 애호가들은 밤새는 줄 모르고 시청하며 좋아하는 골퍼를 열렬히 응원한다. 필자 또한 4라운드를 빠짐없이 지켜보며 아름다운 골프장을 죽기 전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미국 조지아주에 있다. 올해는 마스터즈 4일 경기 관람시 2만6천달러(300만원)정도의 입장권을 사야 한다.

올해 메이저대회 시작을 알리는 마스터즈는 골프 팬들이 제일 가고 싶은 대회로 1년에 딱 한 번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되며 무척이나 아름답고 신비한 오거스타 골프장은 TV 화면으로만 보아도 가슴이 설렌다.

2023 마스터즈 토너먼트는 전 세계 88명의 골퍼에게 출전 기회가 주어졌다.

대회 총상금은 3라운드 후 발표됐다. 이는 후원자(패트런)자들의 입장권 및 기념품, 식음, 중계권 판매 등 수익금에 따라 총상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다른 메이저대회와 달리 대회 중간 발표한다. 

마스터스는 1, 2라운드 후 컷 기준에 의해 본선 진출자가 가려지며 4라운드 72홀을 완주해도 이미 골퍼로서 최고의 명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다행히도 올해는 한국의 임성재(25), 이경훈(32), 김주형(21), 김시우(28) 선수 4명이 컷 통과했는데, 특이하게도 4명은 약속이나 한 듯 이븐파(144타) 공동 28위를 기록했다.

최종 4라운드 임성재와 김주형은 2언더파 286타로 공동 16위, 이경훈은 1언더파 287타로 공동 23위, 김시우는 1오버파 289타 공동 29위로 4명 모두 10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그나마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마스터즈 대회 우승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면 하늘이 점지해야 가능하다고 할 만큼 골프 최고의 명예이고, 인생에서 단 한 번이라도 우승하면 평생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

이번 제87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총상금은 1,800만달러(한화 237억4200만원)로 지난해 1,500만달러보다 300만달러 인상된 1934년 창설된 이후 최대 규모이다. 

이번 마스터즈 대회에서 우승한 존 람(스페인)은 지난해 270만달러에서 50만달러 증가한 324만달러(42억7천만원)의 우승상금을 받았다.

오거스타 골프장은 아름다운 경치로 이미 정평이 났지만 골프 코스는 홀마다 난도가 아주 높아 선수들은 한순간도 긴장을 풀 수가 없다. 적당히 운은 물론 두뇌도 좋아야 하며 고난도 골프 기술과 강한 정신력이 있어야 우승할 수 있다.

우승자에게 입혀주는 그린재킷도 원래는 회원을 구분하는 상의로 1949년부터 우승자가 골프 정상의 상징인 그린재킷(Green Jacket)을 입었다. 

올해 그린재킷의 주인공 존 람은 전 세계 모든 스포츠 뉴스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람은 성격이 불같은 다혈질로 유명하다. 클럽을 부러뜨리거나 주먹으로 나무를 치는 일이 종종 있었다. 별명이 ‘람보’인 것은 이름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성격 때문인 듯하다.

그렇지만 멘탈이 강한 메이저 사냥꾼 ‘켑카’와 벌인 최종라운드에서 람은 마치 돌부처 같았다

람은 “일기를 쓰면서 마음의 균형이 잡혔다"며 "성숙해진 것은 글쓰기 덕분과 결혼 후 가족이 생긴 것이 크게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마스터즈는 체계적이고 완벽한 대회 운영으로 권위와 명예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초청대회의 한계상 참가선수 수가 적고 항상 같은 장소에서 개최돼 단조롭다는 평이 있으나 최고의 골프 대회다.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코스간 이동이 수월하지 않아 수많은 갤러리가 편하게 앉아 관람할수 있도록 많은 관람석을 준비한다.

마스터즈 대회는 경기 전 6개월 동안 문을 닫고 코스를 개조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4일간 경기를 치르는 동안 수많은 디봇트가 생기는데 골프장과 대회 관계자는 매일 어마어마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신설 골프장보다 좋게 최상의 컨디션을 만든다고 한다.

​특히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은 시설 좋기로 유명하다. 그린 지하의 관리실에서 토양의 온도, 습도, 산소량 등을 조절하는 등 코스 관리가 철저해 폭우가 내려도 30분만 지나면 정상적인 그린과 차이가 없을 정도이다.

국내의 좋은 골프장도 폭우가 내릴 때는 말할 것도 없지만, 장맛비가 내린 후에는 페어웨이가 질퍽거리고 그린의 물이 잘 잘 빠지지 않아 골퍼들을 애먹인다.

오거스타 골프장은 잔디를 아주 짧게 깎아 그린 표면이 매끄럽고 속도 조절이 매우 어렵다. 특히 11, 12, 13번홀은 심한 난코스여서 선수들이 기도한다는 뜻으로 ‘아멘 코너’라고 부르기도 한다. 재작년 준우승 임성재가 파5에서 공을 2개나 물에 빠뜨리며 9타를 친 기록도 있다.

필자도 온 그린을 했지만 그린 주변 급경사로 공이 해저드에 빠지면 머리에서 김이 나고, 그린 주변에서 벌타 먹고 겨우 3온을 하더라도 물귀신이 당기는지 열받아 버벅대다 트리플 보기가 되는 예도 있다.

마스터즈 시즌에는 워낙 많은 갤러리들이 오거스타를 찾아오기 때문에 숙박 시설이 부족해 주민들은 주택을 비싸게 임대한다. 

미국 남부의 오거스타 내셔널은 9월 말에 개장, 이듬해 마스터스에서 절정을 이룬다. 4월 말이면 휴장에 들어가는 골프장으로 회원은 300명 미만이며, 전 세계 최고의 부자들이 회원으로 한국인도 2명의 회원이 있다고 한다.

이현세 작가의 만화 『버디』는 오거스타 골프장에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와 멋진 그림으로 큰 즐거움을 줘 아직 읽어 보지 않은 분들은 희망이 있다.

올해 경기를 밤 1시까지 집사람과 같이 지켜보며 집사람은 2타 뒤진 존 람을 응원했고, 필자는 2타 앞서고 있는 브룩스 켑카를 응원하면서 응원하는 선수가 우승하면 10만원 내기로 잠자리에 들었다가 아침에 눈 뜨자마자 TV를 켜 보니 람이 4타를 앞서 역전 우승했다.

아침에 최종라운드를 보느라 20분이나 늦게 출근하면서 지갑을 꺼내 10만원을 집사람에게 바치니까 선심 쓰듯 개평(?)이라며 5만원을 돌려줬다.

참 훌륭하신 마누라 맞다. ㅎㅎ <계속>

최재인 건축사

최재인 칼럼니스트  master@thegol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