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KGBA 제공

[골프타임즈=최재인 칼럼니스트] 인생이란 꼭 노력을 한 대로만 이뤄지지 않고, 가끔 전혀 뜻하지 않은 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또한 행운과 불행도 돌고 돌아 어디로 갈지 알 수 없고, 인생 또한 어떤 일이 생길지 그 누구도 모르므로 홀인원의 행운은 역시 어느 날 기적 같이 찾아온다.

파3홀에서 티샷이 홀인해 스코어 1을 기록한 경우 홀인원이라고 한다.

티샷이 OB여서 멀리건을 받아 홀인이 된 것은 홀인원이라고 하지 않지만, 티샷이 그린 옆에 있는 바위나 나무를 맞고 홀인이 되었다면 그것은 분명 홀인원이 맞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김지현이 “홀인원을 하면 3년간 행운이 따른다”라고 해서 그런지 정말로 홀인원 후 3년간 다섯 차례 우승했다고 한다.

평소 가깝게 지내는 회장은 골프를 좋아해 그런지 유성CC 모든 파3홀 4곳에서 홀인원을 전부 하는 진기록과 총 8번의 홀인원 기록을 갖고 있다. 그 비결은 아마 언제나 유쾌하고 넉넉한 마음씨를 갖고 있어 그런 행운이 따르지 않았나 싶다.

흔히 홀인원은 큰 행운이 따른다고 하는데, 필자의 생각은 홀인원 그 자체가 축복이고 홀인원을 하면 행운이 온다고 믿는 것이 ‘희망’이라고 본다.

필자는 안개 속에서 홀인원을 한번 하고 임원들과 해외에 같이 갔다가 2번째 홀인원을 했는데, 홀인원을 하면 행운이 온다고 믿으며 사니까 사소한 일도 행운 같은 생각이 들어 늘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일반적으로 홀인원 보험은 홀인원을 기록한 골퍼가 내는 각종 축하 비용의 부담을 덜어주는 상품으로 개발되었다.

평생 한 번 하기도 어려운 홀인원을 한 골퍼라면 증정용 기념품을 구매하고 축하 행사를 열며, 골프장 기념식수나 동반 캐디에게 축의금을 지불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그 비용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어 홀인원을 “사고 쳤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홀인원 보험금을 받기 위해 캐디와 동반자가 같이 공모했다가 뉴스거리로 회자되기도 했었는데, 요즘 웬만한 골프장 파3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다.

동반자가 홀인원을 하면 경기 후 동반자 모두 카트를 타고 경기과에 가서 홀인원을 직접 보았다는 확인 서명도 한다.

보험사기 등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홀인원 보험은 여전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골프장이 호황을 누리다 보니 홀인원 보험도 인기가 덩달아 높아졌다.

필자는 약아빠진 보험사들이 보험사기를 피하려고 홀인원 보험정관에 “해외에서의 홀인원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라고 아주 작은 글씨로 깨알 같이 적어둔 것을 배 아파하며 읽어보았다.

해외 홀인원으로 보험금을 받지 못한 것도 억울하고, 만기 10년이 다 되어 홀인원을 못 하면 낸 보험금의 60% 정도만 돌려받으니 어떻게든 보험금을 찾으려면 올해 안에 홀인원을 꼭 다시 해야 한다.

홀인원 확률은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 약 1/12000이며, 싱글골퍼는 1/5000이고, 프로골퍼도 1/3500이라는 분석 결과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확률일 뿐 홀인원의 행운은 소리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티샷한 공이 잘 날아가 홀에 직접 들어가는 것을 ‘덩크샷 홀인원’이라고 하는데, 홀이 잘 안 보이는 곳에서는 공이 돌에 맞은 소리로 착각하기도 한다.

​외국인들이 한국 골퍼들에 신기해하는 것이 있다. 이른바 홀인원이 나오면 바로 캐디가 그린에 자리를 깔고 신주 모시듯 공을 깨끗한 수건으로 싸는 동시에 당사자가 절을 하는 상황이 그렇다.

이런 홀인원 이벤트는 그들의 눈에 마치 성스러운 제를 올리는 모습처럼 보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홀인원 라운딩 후 동반자에게 간단하게 위스키 한 잔 정도 돌릴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캐디에게 별도의 사례금을 주고, 기념패를 제작해 기념 라운딩을 하며, 동반자와 식사나 술자리도 만든다. 또한 친구나 직장 동료, 지인들에게 기념 공을 만들어 선물하느라 상당한 지출도 한다.

홀인원에 따른 행운을 기대하기보다 좋은 일을 많이 해야 행운이 따라온다고 믿는 것이 좋다. 운이 좋아 홀인원을 했다면 행운을 바라지 말고 더 좋은 일 하라는 기회를 준 것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홀인원의 행운은 골프장 잔디 위에 있다가 착한 골퍼의 볼 속에 숨어 기적같이 홀로 빨려 들어가고, 그 볼을 집어 드는 행운의 골퍼 마음속에 언제나 함께하게 된다. <계속>

최재인 건축사

최재인 칼럼니스트  master@thegol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