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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의 시詩시時 때때로 2회] 겨울날의 일상

추억의 빗장이 열리고 박영희 시인l승인2023.01.25l수정2023.01.2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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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지소하)

[골프타임즈=박영희 시인] 가끔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날은 마음껏 자유를 누리게 되는데 과하여 밤을 지새기도 합니다.

책상 위의 보조등 불빛만 밝혀놓고 어둠에 눈을 맞추다 보면 막혔던 글이 찾아지기도 합니다.

지나온 날들이 무색무취의 형태를 갖추지 않은 불안처럼 도사리고 앉아 애먼 다툼을 벌이고 있는 마음 속.

그 위에 눈이라도 내렸으면 하는 바람을 갖자마자 우연처럼 눈이 내립니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눈이 쌓입니다. 눈과 더불어 강추위와 세찬 겨울 바람에 순백의 세상이 흩어집니다. 혹한과 폭설의 기습이 없으면 겨울이라 부르지도 않겠지요.

그니의 금족령에 꼼짝없이 갇힌 울안에서 저 혼자 깔깔 소리 내어 웃어봅니다.
마음을 쫓아가지 못한 육신은 늘 넘어져 무릎을 깨곤 하니 아홉 살 먹은 새까만 계집애가 눈앞에 다가와 빙그레 웃고 있는 것 같네요.

기억을 더듬은 추억은 또 하나의 세계를 건너는 중입니다.

첫눈 내리는 날

그 여름날
장독대 옆에 서 있던 접시꽃이
눈 찡그리며 땀 뻘뻘 흘릴 즈음
잠투정하는 아이를 등에 업은 아낙은
빨랫줄에서 눈이 부시도록 하얗게 마른
이불 홑청을 걷어 다듬잇돌 위에 얹는다

쉼 없는 다듬이질 소리가 자장가 인양
어미 등에서 달게 자는 아이는
빙긋이 옹알이 잠꼬대 중이고

문득 손을 멈춘 아낙의 마음은
종일토록 마당 끝 대문 밖을 서성이는데

시절 그리움도 때 지나면 그만이라는데
임 오실 발자국 소리 목마름은 깊어만 가고
손톱에 매달린 봉선화 꽃물만 애처롭다

첫눈이 이렇게 대책 없이 내리는 밤이면
그 여름날
손톱 끝에 남아 있는 선혈의 꽃물 뒤로
사무쳤던 그리움이 일어나
가슴 속을 걷는다.

시인 박영희
한국문인협회 회원, 디지털 삽화가, 칼라맨, 캘리그라퍼. 출판편집 디자인 팀 ‘지소사’의 팀장, 시와수상문학 운영위원장으로 문학사랑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박영희 시인은 필명 ‘지소하’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으로 ‘우연처럼 뜬금없이’가 있다.


박영희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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