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님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그랬다 아버지의 노래는 평생 단 한 곡 한오백년뿐이었다. 왜 그랬을까? 세상에 그리도 많고 많은 노래 중 아버지는 왜 한오백년을 그리도 애달프게 불렀던 것일까?

해마다 10월이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무상한 안개처럼 차오른다. 보고 싶고 불러보고 싶은 아버지가 먼 여행을 떠나신 날이 바로 오늘이다. 30년 전 아버지는 인생은 왕복이 아닌 편도의 먼 길을 간다는 것을 당신의 여행으로 알려주셨다.

작년 아버지의 기일은 참 따스했다. 바람도 그랬고 내 마음도 그랬다. 어쩌다 보니 아이들이 따라나서게 되어 아버지의 기일은 고향으로 모이는 느닷없는 가족여행이 되었다. 둘러앉아 식사를 하려는 순간 올케의 친정어머니가 먼 여행을 가셨다는 소식이 전해왔었다. 그런 이유로 올해 아버지의 기일은 각자의 집에서 부모님을 추모하며 지내기로 했다.

언니는 불효자식이 되었다며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는 하소연을 길게 하기도 했다.
아버지가 먼 여행을 떠나신 지가 어언 35년이 되었지만 유년의 기억에 아버지의 밥상에는 늘 새우젓이 놓여있었다. 호기심에 먹어보았는데 비린내와 또한 너무 짜고 맛없는 새우젓을 아버지는 왜 그리도 드시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루는 엄마가 차려낸 밥상에서 아버지 몰래 새우젓을 부엌에 갔다 숨겨놓았는데 새우젓이 없는  밥상에서 아버지는 이것저것 맛있게도 드셨다. 철없는 막내딸에게 다른 반찬을 먹이기 위해 그리도 짠 새우젓을 아버지는 날마다 드셨던 것이었다.

아버지의 나이를 지나가다 보니 이런 생각을 해본다. 당신의 나이 쉰이 넘어 세상에 인연으로 온 막내딸이 아버지의 나이로 버겁지는 않으셨을까?

시골의 살림이라고 해 봐야 주렁주렁한 자식에 모든 것이 어렵고 부족했을 가난한 농부의 집안에 쉰둥이의 딸이 많이 어려웠을텐데도 아낌없는 사랑으로 유년을 풍성하게 채워주셨던 아버지의 한 오백년은 어쩜 당신도 당신의 아버지가 애닮게 그리웠던 것은 아니었을까?

먼 시간으로 건너가 보면 혹시 아버지의 그 따뜻했던 미소 한 조각이 어느 시간의 길 위에 남아있지는 않을까?

시인 이정인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컬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