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어느해 8월 말 쯤이었다. 작렬하던 태양의 열기를 식히지 못해 밤까지 끌어안고 있던 한여름 밤. 우리 단체에서 꿈의 축제를 하기로 했다. 평균 나이가 40은 다 넘어선 우리들은 백 명도 넘는 인원이 공원에 모였고,  뜨겁게 달아오른 팔월의 마지막 밤에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었지만 흥겨움 속에 축제가 시작되었다.

설렘 가득한 가면무도회였다. 포크댄스를 추며 붉은 와인을 따라 서로에게 축배를 건네었고 신나고 행복한 여름 저녁 속으로 들어갔다.

춤을 잘 추지 못하는 나는 절대 몸치였지만  짧은 원피스에 맞춰 춤을 추었고 아무리 연습을 해도 한 박자씩 늦게 움직이는 춤 동작은 파티에 모인 모두를 즐겁게 해주었다.

자조의 용기를 장전한 채 나는 빨간 장미 백 송이를 파티에 참여한 모두에게 나누어 주었고 우리의 축제를 “한여름 밤의 꿈”이라 정하는데 모두가 동의했다.

그곳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에게 프로포즈를 하는 편지를 써서 커다란  항아리에 담아두는 것으로 축제를 마무리했다. 한여름 밤의 가면무도회는  즐거우면서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 준 소중한 꿈의 시간이 되었다.

그 중 나이가 가장 많이 들어 보이는 한 사람이 머쓱해 하며 한 번 쯤은 이런 가면무도회를 상상해 본적이 있으며 체면을 다 내려놓고 즐기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며 주책스럽지 않았냐고 물었다.

나는 나이는 숫자이고 인생은 진짜라는 대중가요의 노랫말처럼 우리는 앞으로의 나이를 푸른 살로 부르며 당당하고 멋지게 살자고 말해주었다.

당연히 꿈 항아리는 축제의 기획자였던 내가 보관 했고 앞으로도 오랜 시간 나는 그 때의 그들을 응원하며 지지하는 소통의 신호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나는 사회복지법에서 정한 중년의 나이를 살고 있다. 중년이 되니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더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족이 늘고 나의 꿈이 더 늘어나는 것도 그렇다. 시간을 원하는 대로 디자인할 수도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날마다 마음을 스트레칭해 주는 일이 생각보다 무척이나 재미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마음 갑부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이 땅에 수많은 푸른 살을 힘차게 응원하고 지지해 나갈 것이다.

시인 이정인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컬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