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최재인 칼럼니스트] 그늘에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뻘뻘 나는데 삽을 들고 땡볕에 걸어가서 언덕도 오르고 삽질을 하라고 하면 “미쳤냐~”라면서, 골프는 비싼 돈을 내고 피자 한 판 가격이나 되는 공을 수시로 잃어버리면서도 좋다고 하며 퍼팅할 때 공위로 땀이 뚝뚝 떨어져도 아무 불평하지 않으니 참 이상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 오아시스 같은 곳이 그늘집이다. 여름철에는 시원한 맥주와 막걸리는 물론 수박도 있으며, 겨울철에는 따끈한 정종에 어묵 등 간단한 요깃거리도 있어 동반자와 함께 담소도 하는 좋은 공간이 되었다.

그렇지만 요즘 골프장 그늘집은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고 폐쇄하거나 화장실만 오픈하고 자판기를 설치한 곳이 많다. 그런데 애초 골프 라운딩 비용에 인건비 관계없이 이런 서비스 받을 권리가 들어 있던 것을 폐쇄했다면 그 비용은 라운딩 가격에서 깎아줘야 합당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인건비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지만 사회 전반에서 이미 회피 업종은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으로 대체된 지 오래되었고,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은 출입국도 어려워 노동력이 필요한 산업현장과 농어촌에서는 심각한 인력난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역설적으로 우리의 인건비는 이미 많이 올랐고 최저시급이 1만 원을 넘기면 유지 못 하는 업종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는데 그 여파로 골프장에서는 그늘집이 폐쇄된 것 같다.

대부분의 그늘집은 골프장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에 멋진 별장같이 지어져 있다. 그곳을 운영하려면 전문 주방 인력과 젊은 카운터가 필요하고 냉난방에 급수, 오수, 전력, 가스 등 필요한 것은 다 있어야 한다.

한국골프 소비자 모임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 그늘집의 식음료 판매가격이 시중 마트보다 최고 6배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삶은 달걀 1개에 3천 원, 맥주 1캔과 막걸리 1병이 1만 원도 더 되고 음료와 식품도 시중 가격보다 아주 비싸게 받아야 겨우 유지가 되었는데, 결국 인건비 상승은 운영에 어려움을 가중해 무인 자판기로 대체하게 했다고 본다.

그리고 골프장의 식음 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식음료 가격에 관심 없는 접대 골프의 비중은 낮아지지만 식음료 가격에 민감한 개인 골퍼들의 이용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그늘집은 돈을 버는 수단보다 골퍼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장소로 운영되어야 한다.

여성 골퍼들은 식음료 비용을 줄이기 위해 김밥이나 음료수를 싸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데 골프장은 비싼 골프를 치며 그늘집 바가지 때문에 김밥 먹는다는 것을 잘 알면서 식중독 핑계로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골프를 사치라고 매도하기보다 세금을 많이 내는 운동으로 보면 맞을 것이다. 국민이 운동을 많이 하면 그만큼 의료비가 줄어들어 국가 재원이 튼튼해지므로 나라의 미래도 좋아질 것 같다.

이미 김영란법이 많이 정착되어 골프로 접대하는 것은 근거가 남으므로 골프 접대문화는 현금으로 접대하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지만 예전보다 많이 사라져가는 듯하다.

국내도 외국같이 대중이 쉽게 이용하는 퍼블릭 골프가 대중화되고, 재력과 여유로 회원제를 이용하는 계층은 자본주의 체제가 그렇듯 상위계층으로서 세금을 많이 내는데 무조건 골프 치는 것을 뭐라고 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골프장은 그린피 수입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수익을 내 상대적으로 돈이 안 되는 식음 부문은 대형 외식업체들에 외주를 주는 경우도 많았다.

외식업체들은 매출액의 15~20%에 달하는 높은 위탁수수료를 챙기고, 골프장에도 적정 이윤을 주기 위해 턱없이 높은 식음료 가격을 책정해 그 모든 부담은 억울하게도 골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늘집은 골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이왕 만든 시설이니 흉물스럽게 방치하지 말고 각 지역 특성에 맞게 특산물로 맛깔스럽게 조리해 적정 금액으로 제공하고 발 안마기 등을 둬 잠시라도 편하게 쉴 수 있게 하면 골퍼들이 그늘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충남 금산 대둔산의 ‘에딘 버러’ 골프장은 봄에 꽃이 피고 가을에 단풍이 들 때는 유난히 아름다워 밸리 코스 5번 홀 앞 그늘집은 막걸리 한잔하기 참 좋았었는데, 지금은 썰렁하게 비어 있어 지나칠 때마다 무척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 경치가 좋으니까 아주 고급스럽게 골프텔로 꾸며 운영하면 멀리서 1박 2일로 오는 골퍼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고, 골프장 한가운데서 밤하늘 별을 보며 자는 경험은 아주 특별할 것 같다.

골프장은 그늘집에서 수익성을 찾으려 하지 말고 원가도 저렴하게 겨울철에는 따듯한 군고구마를 무료로 제공하고, 여름철은 ‘아이스께끼’(ㅎㅎ) 를 기본으로 제공한다면 추위와 더위에 지친 골퍼에게 잠시나마 좋은 쉼터가 되지 않을까? <계속>

최재인 건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