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목이 아파요.’

며늘애가 며칠 전부터 감기기운인가 하고 병원을 찾았다. 이비인후과에서 감기몸살 약을 지어와 복용하여도 차도가 없단다. 미심쩍은 생각에 코로나19 자가키트를 사다 집에서 검사해 보았다. 반신반의 하였는데 두 줄이 표시되었다. 양성이란다.

보건소를 찾아 재검사하니 다음날 양성 메시지가 왔다. 자가 격리하란다. 아니, 늘 마스크를 끼고 철저하게 관리하던 두 아이 엄마인 며늘애가 걸릴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오히려 노령자며 면역력도 약하며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못했던 내가 위험요소였는데 정말 운이 나빴던 모양이다.

양성 확정 받고 다음날 아침 아들과 손자녀석 검사 갔다. 이른 아침이라 한가하였고 큰 녀석은 그 고통을 아는 터라 안 하겠다 버티다가 제 엄마가 코로나 걸렸다고 하니 할 수 없이 참아낸다. 유치원 다니며 조금 의심스럽고 거리 두기 이후 등굣길에 자가검진 때마다 난리가 났었다. 콧속에 자가진단기가 들어오는 느낌이 싫고 콕 숨막히는 느낌은 정말 싫단다. 다행이 식구들 모두가 음성이 나왔고 며늘애는 검진 날부터 자가격리다.

옆집에 살다 보니 아이들은 우리 집 차지가 되었다. 평소에도 드나들며 제 집처럼 지내던 터라 별 어려움은 없다 여겼는데 잠자리가 문제다. 한 녀석은 말이라도 통하는 일곱 살이지만 작은 녀석이 안하무인에 제 멋대로 말도 못하는 18개월 막무가내다.

우선 두 녀석 밥 먹이기. 간식 챙기기. 놀아주기. 씻기기. 그 중 큰 난관이 잠재우기다. 제 엄마와 영상통화 할 양이면 큰 녀석은 ‘엄마, 아프냐?”고 묻다가 운다. 작은 녀석은 잘 하던 손 뽀뽀도 안하고 화면 속만 뚫어져라 본다. 그리곤 자자고 불 끄면 애착이불 끌어안고 제 엄마 집으로 간다. 닫힌 문 앞 에서 우는 녀석을 안고 말은 못하지만 제 엄마를 찾는 모습에 덩달아 눈물짓는다.

코로나19가 무어기에 생이별을 시키는지 뒤늦게 찾아온 불청객으로 아이들도 어른들도 그 불편을 감내하고 있다. 갇혀있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서로가 지치지 않고 다독이며 이겨내야 한다. 이제 독감감기처럼 콜록 이며 함께 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느낌이 온다.

서로를 부러워하며 이 시련을 견디어낸다.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여유와 지루함, 고립된 공간 속에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시간을 만든다. 벗어나는 그날 가족의 더 큰 화합의 장으로 시련이 주는 단맛을 만끽하리라.

시작이 있으면 끝을 잘 마무리하면 된다.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