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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길의 연예퍼즐] 모든 스포츠는 각본 있는 드라미다

의외의 결과를 창출하는 치밀하고 촘촘한 각본의 결과 윤상길 칼럼니스트l승인2022.04.27l수정2022.04.27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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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국대는 국대다’ 진행자들. 이 프로그램의 작가는 무려 8명이나 된다.(사진출처=MBN)

[골프타임즈=윤상길 칼럼니스트] 예능이든 드라마든 TV 오락 프로그램의 성패 요인은 무엇보다 출연 연예인의 뛰어난 예능감과 연기력에 달려있다고 했는데, 이제는 옛말이다. 지금은 각본(대본)의 시대, 작가의 시대다. 좋은 각본이 있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아무리 유명 연예인이라도 각본(대본)이 허접하다면 시청자의 호응을 받지 못한다.

일찍이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은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딱 세 가지가 필요하다. 좋은 각본, 좋은 각본, 좋은 각본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역시 시대를 멀리 보는 거장다운 명언이다.

최근의 TV 프로그램은 콘텐츠가 다양함은 물론 아주 촘촘하고 단단한 밀도를 자랑하는데, 이는 작가가 창조적이고 집중적이며 치밀하게 계산된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요즘 안방극장에서 이제까지 만나지 못했던 생소한, 그러나 신선한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대표적 콘텐츠가 스포츠 관련 예능 프로그램이다.

오래전부터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다’라고 했다. 운동 경기에서 미리 짜 놓은 각본은 없지만,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결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이 말에, ‘의외의 결과’를 콘텐츠로 한 치밀하고 촘촘한 대본이 더해지니 요즘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환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표적 스포츠 예능이 ‘골때녀’로 회자되는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다. ‘운동’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여자 스타들끼리 팀을 꾸려 대한민국 레전드 태극전사를 코치로 축구경기를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똥볼’로 시작된 실력이 1년도 안 된 사이 ‘약속된 플레이’로 발전해, 제작진의 의도대로 지금은 시청률 10%를 넘을 만큼 ‘Goal 때리게 재밌고, Goal 때리게 쫄깃한’ 경기로 발전했다. 건강하고 진취적인 프로그램이다.

‘골때녀’는 ‘각본 없는 드라마’일까, 그렇지 않다. 이 예능에 각본이 없었다면 여전히 ‘똥볼 퍼레이드’로 진작에 종영됐을 것이다. 경기 자체는 각본이 없지만, 경기에 참석하는 선수들 모두 각본이 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선수 개개인의 집념과 축구 레전드들의 맞춤형 지도라는 나름의 각본이 있어서 그들의 경기가 드라마보다 재미있는 것이다. 의외의 결과를 창출하는 치밀하고 촘촘한 각본의 결과이다.

MBN의 ‘국대는 국대다’(이하 ‘국국대’)는 ‘골때녀’와 또 다른 감동의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국국대’는 과거 스포츠 레전드였으나 현재는 은퇴한 선수가 일정 기간 훈련하여 현역 선수와 대결하는 스포츠 예능​이다. ‘국대’는 국가대표의 줄임말이다. 은퇴한 지 오래된 40~60대 과거의 ‘국대’가 현역 ‘국대’와 맞상대한다니, 이 프로그램은 출발부터 ‘무리수 콘텐츠’로 꼽혔다.

하지만 이 예능에서도 ‘각본의 힘’은 어김없이 위력을 발휘했다. 탁구의 현정화(53)는 불과 5개월 전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 은메달리스트 서효원(35)선수에게 2:0 완승을 하였고, 씨름의 이만기(59)는 지난해 설날 장사씨름대회 태백장사 허선행(23) 선수를 상대로 1승을 따냈다. 또 팬싱의 남현희(41)도 단체전에서 현역을 꺾었다.

레전드 복귀전을 연달아 성사시키며 ‘국국대’는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화제의 중심에는 레전드 출연진만 있는 건 아니었다. ‘국국대’는 웰메이드 스포츠 예능이란 평가 속에 여러 가지 유의미한 성과를 끌어냈다. ‘명불허전’을 확인시켰고, 시청률도 5%를 상회하는 결과를 얻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제공한 3월 예능 프로그램 브랜드평판지수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그뿐만 아니라 연출을 맡은 이효원PD는 지난 2월 ‘이달의 PD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모두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각본’의 결과다.

‘국국대’는 후발주자임에도 어떻게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을까. 서바이벌, 관찰예능, 음악예능 등 다양한 장르 예능 프로그램들 속에서 콘텐츠 차별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승패를 떠나 모두가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했고, 패한 현역 ‘국대’에게는 자극제가 되었으며, 자신감을 잃고 은퇴를 고려하는 선수들에게는 다시 운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국국대’가 여타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과 가장 큰 차별점은 ‘진정성’이다. 스포츠 스타들이 자신이 하지 않았던 종목에 도전하는 내용이 담긴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들이 많지만 ‘국국대’는 평생 해왔던 종목, 오랫동안 떠나있었던 종목에 다시 도전하는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이어서다. 각본이 탄탄해서 제작진이 대충 찍어도 레전드의 진정성이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시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지만 현역을 상대로 승리까지 거두기도 하는 레전드. 그리고 거기서 오는 감동은 스포츠 선수뿐만 아니라, 실패와 좌절을 경험한 모든 사람을 다시 달리게 하고 있다. ‘국국대’의 다음 도전자는 환갑이 지난 권투선수 박종팔(64)이다. WBA 슈퍼미들급 세계 챔피언을 지낸 그가 현역인 슈퍼라이트급 아시아 챔피언 정민호(27)와 34년 만에 복귀전을 치른다. 이 믿기지 않는 불가사의한 경기는 승패를 떠나 모든 사람에게 “I can do!”를 외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국대’는 치밀하게 계산된 각본의 힘을 보여주는 스포츠 예능의 교과서이다.

스포츠 예능의 메시지는 이렇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가 아니다. 각본 없는 드라마는 없다. 그런 드라마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내 인생의 각본을 쓰자.”

칼럼니스트 윤상길
부산일보ㆍ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을 역임하고 스포츠투데이 편집위원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합창 등 소설과 희곡 등을 집필했다.

윤상길 칼럼니스트  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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