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입춘이 지났다.

봄의 문턱을 넘어섰다. 바람이 매섭고 눈발이 날려도 땅속은 꿈틀거린다. 입춘은 봄으로 들어서는 날이고 보름 지나면 대동강물도 녹는다는 우수.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찾아오고, 다시 보름 지나면 긴 잠을 깨고 개구리가 튀어나온다는 경칩이다. 본격적으로 봄의 시작이다.

새 학기 입학도 봄날 시작이다. 그 동안 함께 했던 선생님과 학우들과 새로운 만남을 위해 졸업한다. 재학생의 송사가 있고 졸업생의 답사가 있어 졸업노래와 함께 훌쩍이기도 했다. 그 졸업을 마치고 나면 찾아오는 또 다른 시작 입학.

첫 입학식 때 가슴에 손수건접어 옷핀으로 꽂아 고정시켰던 시절, 그때는 왜 그렇게 콧물도 많았는지…그리고 중학교, 고등학교 입시고사, 대학 예비고사, 이젠 수능으로 전국이 하나 되여 수시입학도 가능하게 되었다. 교복을 입어야 학생다웠고 제가끔 멋을 내며 손에 들던 책가방을 이젠 어깨에 맨다.

봄 같은 사람! 매서운 바람도 이겨내고 폭설에도 끄덕 없이 우뚝 설 수 있는 힘 있는 사람. 그 고통과 시련에 더욱 단단하게 갑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서‘봄만 같아라’ 하였다. 역동적인 삶을 위한 지침이리라. 겨울 눈 속을 헤치고 피어나는 노란 복수초의 화려함은 모든 고통을 잊게 한다. 시련에는 끝이 있고 그 끝엔 커다란 기쁨의 환호성이 있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그대 위해 봄의 문을 활짝 열었으니 그 대로(大路)로 오소서!

건양다경(健陽多慶)
봄과 같이 새록새록 경사로운 일만 가득한 삶이 되소서!

집안으로 들어서는 대문에 어김없이 내걸던 봄소식. 봄으로 시작되는 계절의 의미다. 봄맞이 대청소를 하고 겹겹이 입었던 옷도 벗어 봄바람 하늘거리며 거리모습도 변한다. 꽃구경 나서는 봄 풍경. 봄 처녀 아지랑이 봄 길 따라 찾아온다고 노래한다.

우린 그렇게 봄을 맞을 차비를 하고 꽁꽁 얼어붙은 대지는 꿈틀대며 봄이 온다. 어둠의 터널을 뚫고 솟구쳐 오르는 그 힘찬 첫걸음처럼 새 봄을 맞자.

내 마음이 봄으로 가득 찼다.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