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계절의 여왕 봄.
‘5월은 푸르구나’ 노래처럼 흥이 절로 나는 계절이다.

평생 처음으로 동생들과 떠난 여행 제주도. 오월의 제주는 이국적이면서도 뛰어난 풍치였다. 형제자매라도 서로의 삶이 바빠 명절이나 부모님 생신 이외는 다 같이 모이기가 쉽지 않았다. 함께 며칠씩 떠나는 여행은 아예 생각조차 못 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제주도 여행을 결정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단 며칠이지만, 그동안 나누지 못한 서로의 속마음을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어린 시절의 그때처럼 깔깔거리는 정을 얼마나 나눌 수 있을까. 기대감에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형제자매이므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몇 날 며칠을 함께 자고, 함께 먹고, 함께 돌아다니다 보면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정을 발견하고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그게 과연 무엇일까?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기쁨일 텐데.

제주도 여행은 코로나19로 오랫동안 갇혀 있던 몸과 마음에 자유를 주기에 충분했다. 이국 냄새가 물씬 나는 풍치 속에서 형제자매와의 며칠은 말 그대로 ‘행운’ ‘기쁨’ ‘행복’ 바로 그것이었다.

때로는 오해와 성격의 차이로 소원했던 마음을 제주의 바람에 모두 날려버렸다. 서로가 가정을 위해 애쓰며 살았던 지난날의 고생까지 보상받듯 마냥 터진 웃음 여행으로 뜨거운 형제자매의 끈끈한 핏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오쿠다양!”
아름다운 제주 5월의 여행 마지막 날, ‘다시 오겠습니다.’ 제주도 토속어를 되뇌며 구름에 가려진, 봉우리만으로도 장엄한 한라산에 감사드렸다. 사는 데 급급해 핏줄의 따뜻한 정을 잊고 살아온 지난 세월, 이제는 꼭 여행이 아닌 작은 공간에서라도 차를 나누는 여유의 삶을 챙길 것이다.

아직은 내 진실에 선을 긋지 못했다.
밤 새 차가운 별빛 아래 푸르게 출렁대는 그 바다 앞에서…박소향

시인 박소향은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