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사월의 햇볕이 뜨겁다.
지구의 온난화 덕분이겠지만, 그 덕에 봄은 더 짧아지고 산천초목은 하루가 다르게 무성해진다.

백모란 꽃이 한복 여인의 고고한 자태로 사월을 흔든다. 햇살이 오히려 눈부셔하는 저 꽃잎을 어떻게 재현할까, 고민한다. 그렇게 햇살 좋은 사월 하순, 평범하고 건강하게 보내던 그녀가 우울증약을 먹는다며 전화를 했다.

그녀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의외였다.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건이었다. 사람의 일은 알 수 없다지만, 누구보다 생활력 강하고 용감한 그녀를 무너뜨린 그 슬픔의 보따리는 어디에 웅크리고 숨어 있었을까?

“얘! 너도 모르니까 상담 한 번 받아 봐.”
그녀의 충고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우리는 왜 나약한 존재의 사실을 인생의 초로에서 ‘병’으로 더 깊이 알게 될까?

건강한 삶에 충실하던 어느 날 어떤 상처의 계기로 돌출될 우울증. 그녀는 뒤늦게 몸과 마음에 파고든 우울증의 트라우마를 깨달았을 때 얼마나 당황했을까?

나약한 존재, 바로 사람 아닌가.
그러나 강한 존재로 착각하고 살아온 지난 세월. 그 시간 속에서 숱한 ‘병’이 자연 치유를 수없이 겪었을 거라는 생각에 너무 예뻐서 차라리 슬픈 봄볕에 앉는다.

그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상처를, 사랑의 아픔을 봄볕이 치료해 주기를 기도한다. 자연 속의 ‘자연 치유’, 그보다 더 좋은 몸과 마음, 영혼의 치료는 없지 않은가.

강인하게 살아온 그녀도 올봄이 가기 전에 다시 용감해지기를, 전처럼 내일의 희망으로 씩씩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고통의 흐느낌 뒤에 오는 고독한 희망들을 위하여 파이팅!…박소향

시인 박소향은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