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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6회] 비워야 채워지는 것들

홀로 또 홀로 버리고 채우자 박소향 시인l승인2020.10.19l수정2020.10.1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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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가을은 비우는 계절이다.
나무들도, 그 나무의 나뭇잎들도 뼈만 남은 낙엽이 될 때까지 비우고 또 비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욕심을 비워야 만족이 채워지고, 슬픔을 버려야 행복이 채워진다. 비운 가슴이라야 새로운 것들로 채워진다. 욕심과 절망으로 꽉 찬 마음에 무엇이 들어갈 수 있겠는가.

가장 쉬운 말이며, 가장 쉬운 일인 것 같아도 비우기란 참으로 어렵다. 다 내려놓고, 다 버리고, 가볍게 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 하나를 결심하지 못해 불행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가을이 되면 푸르름 속에 숨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실하게 익은 열매들과 바람에 날리는 씨앗들, 바다보다 더 넓고 높은 하늘, 그리고 상처로 인해 충분히 지친 이들의 외로운 그림자가 보인다.

이기적인 푸른색을 지우는 햇빛과 바람은 자연만 물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도 물들여 준다.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이 더 단단해지기 위해 분신처럼 매달린 나뭇잎들을 아낌없이 떨어뜨려낸다. 떨어진 낙엽들의 아름다운 희생을 밟으며 사람들도 숙연해지고 가벼워지기를 원한다. 조금씩이라도 비우는 연습을 하게 된다.

혼자는 아무도 없기에 외롭지만, 홀로는 다시 일어서기 위해 더 단단해지는 시간이다. 슬픔이 없다면, 눈물이 없다면, 절망과 좌절이 없다면 우리는 과연 행복을 알까? 그런 어려운 과거가 있었기에 그 경험으로 우리는 참된 기쁨과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게 아닌가.

돈이 많아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마모니즘에 빠진 사람들의 병적인 불행을 여기서는 논하지 말자. 현실이 아무리 야박하고 냉정할지라도 그것은 우리가 행복을 추구하는 최저의 가능성일 뿐 행복과 맞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홀로 그리고 또 홀로여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날들과 버리고 비우는 지혜를 주고 떠나가는 가을에게 배우자. 쓸쓸하고 외로운 고독에게도 진실하게 입 맞추는 법도.

꽃은 시들어갈 때 울지 않는다
다만 꽃잎 떨어진 자리에서 우리가 울 뿐이다…박소향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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