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능인 스님, 시인] 우리는 모두 어머니의 몸을 빌려 칠흑 터널을 지나 고고성으로 세상에 태어났다. 어눌한 손짓과 발짓, 옹알이를 시작으로 한 걸음 두 걸음 내디딘 걸음마는 마침내 삶이라는 백지에 희로애락이란 행불(幸不) 사연을 심는다. 배고프면 밥 달라 보채고, 추우면 추위에 떤다. 병들어 아플 때는 신음소리가 구슬프고, 외로울 땐 이슬 맺힌 눈망울이 애처롭다.

낮과 밤을 쉼 없이 일하여 얻고 채움을 반복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 그릇의 허전함이 언제나 괴로움으로 다가온다. 비워야 담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망각한 채 오늘도 끝없이 채우려고만 한다. 그렇게 어리석은 욕심의 몸과 마음은 점점 어둠 속을 파고들면서 티끌도 과분하여 보이지 않는 먼지처럼 미진의 존재로 희미해진다.

그러나 낮이면 밝은 해가 있고, 밤이면 반짝이는 별과 달을 품어 안은 꿈과 희망이 있을 때에는 행복하다. 부모가 준 몸으로 보고, 듣고, 생각하고, 말하며 움직일 수 있음이 너무나 행복하다. 한 잔의 물도 적다고 생각하면 불행하지만, 반잔의 물이라도 만족함을 알면 행복하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건강한 몸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행복이다,

다른 사람의 아픔도 자신의 아픔으로 알면 그것은 참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내가 있어 네가 있고,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것에 감사할 줄 알면 세상은 장엄한 아름다움으로 넘칠 것이다. 그렇게 핀 아름다운 꽃향기는 혼탁했던 사람들의 영혼을 맑게 해주어 꿈속에서도 행복할 것이다.

암울한 굴곡의 긴 터널을 지나면서 해진 옷, 닳은 신발을 내려다본다. 이제는 알 것 같다. 배가 고플 때 먹을 밥이 있고, 추울 때 입을 옷이 있어 행복하다는 것을.

몸이 아플 때 치료할 약이 있고, 마음이 괴로울 때 가족과 이웃 그리고 좋은 벗이 있어 행복하다는 것을.

나 자신의 존재감과 채우기만 하려는 마음 비움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을……이제는 알 것 같다.

시인 능인스님은
행복사 주지스님으로 수행자이자 예술인. 시집 ‘능인의 허튼소리’를 출간한 스님은 음반 ‘마음의 향기’ 17집의 작사ㆍ작곡ㆍ편곡한 한국음반저작권협회 회원이며, 430여회 봉사한 공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