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능인 스님, 시인] 이른 아침 눈을 뜨고 창밖을 본다. 지나온 발자취를 감추기라도 하듯 밤새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눈부시다. 간간이 부는 바람에 눈발이 날리고 앙상한 나뭇가지는 칼바람에 울고 있다.

한참을 그렇게 바깥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지금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러 와서 무엇을 향해 어디 쯤 가고 있는가. 돌아보면 아득히 멀기만 했던 삶의 길, 잔속의 찐한 커피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지나온 삶의 흔적들은 뇌리를 스치며 저 먼 들판 눈보라와 함께 넘실거리며 난다. 어린 시절의 불우했던 상흔들을 모두 흩기라도 하듯….

많은 사람이 반백의 생을 지나 어디가 종점인 줄 모른 채 가고 있는 오늘이다. 먹고, 자고, 일하고, 나름대로 무엇이든 이루어 보겠다는 욕심 하나로 달려온 길목에 서서 나를 돌아본다. 지난 생의 그림자 속 공허함이 가슴속을 파고듬은 나만의 일은 아니지 않나 싶다. 누구나 인생이란 삶을 연습 없이 올인 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지금 머문 그 자리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만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열심히 노력해서 행복하게 살려는 희망의 꿈을 한아름 안고 앞만 보고 간다. 낮과 밤의 순환을 반복하는 해와 달처럼 넘어지면 일어서고, 또 넘어지는 숱한 시련에도 삶을 멈추지 않는다.

결코 한 가지 바람조차 완벽하게 이룰 수 없음을 알면서 잠시도 머물 수 없이 가야만 하는 이 길은, 너와 내가 아닌 모두의 숙명적인 길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 길을 지나간 그 누구도 꿈을 완성한 분은 없고, 영생을 말하면서도 지금까지 생존한 분은 없다.

이제 우리 눈을 뜨자.
나는 지금 어디쯤 왔고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아름답게 지는 노을을 보면서 지나온 발자국 따라 다가올 마지막 자신의 모습을 저 노을보다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보자.

시인 능인스님은
행복사 주지스님으로 수행자이자 예술인. 시집 ‘능인의 허튼소리’를 출간한 스님은 음반 ‘마음의 향기’ 17집의 작사ㆍ작곡ㆍ편곡한 한국음반저작권협회 회원이며, 430여회 봉사한 공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