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길의 막전막후] 자살 해법 제시한 연극 ‘나마스테...나마, 스테’

죽음이란 명제를 놓고 자살 해법을 찾는 두 여자의 이야기 ‘생(生) 즉 사(死)’ 윤상길 칼럼니스트l승인2018.09.27l수정2018.09.2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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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윤상길 칼럼니스트] 지난 22일, 인천의 한 모텔에서 A(20)·B(37)·C(39)씨 등 젊은 남성 3명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인터넷 카페에서 만나 극단적 선택, 자살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 많은 이들이 즐겁고 행복해 하는 추석 명절이 시작되는 날 전해진 우울한 소식이다.

이 사실을 여러 언론매체가 전했는데, 한 매체는 제목을 이렇게 뽑았다. “인천서 2030 남성 자살”. 슬픈 소식을 전한 참으로 슬픈 제목이다. 이 제목은 많은 사람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김효은 시인은 이 제목을 두고 “기사 제목 한번 가볍다. 2030 남성 자살이라니. 보통은 7080 콘서트 노래방 주점 이런 단어들이 붙는데...”라고 탄식했다.

김효은 시인은 이어서 “기사와 댓글을 보고 괜히 눈물이 났다. ‘나는 무슨 무슨 처지인데도 사는데 왜 죽냐’는 댓글을 읽는데.... 답답하고 먹먹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란 말을 난 못하겠다. 그들은 또 그들만의 개똥밭의 치욕과 사정과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기에....”라고 적었다. 전적으로 시인의 이 탄식에 동의한다.

세상의 이별 가운데 가장 슬픈 이별은 죽음이다. 죽음 가운데 가장 슬픈 죽음은 자살이다. 자살한 사람의 심정을 그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자살을 이해하거나, 더욱이 방조할 의도는 전혀 없다. ‘상투적’이란 지적을 받아도 “오죽하면”이란 정서적 표현에는 동의한다. 그래서 이 매체의 “2030 남성 자살”이란 희화화된 제목이 껄끄럽다.

우리나라에서 ‘자살’은 언제나 최상위에 놓여있는 사회 현안이다. 2018년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보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25.8명으로 압도적 1위다. OECD 35개국 평균이 11.6명인데 그 두 배가 넘는다. 자살률이 제일 낮은 터키에 비하면 무려 23배에 달한다. 자살률은 지금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부끄러운 수치다. 한 해에 자살로 죽는 사람이 1만 명이 훨씬 넘는다.

우리나라는 경제 수준에서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이 정도면 먹고 살만큼은 되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삶이 고달픈 사람이 많을까? 관계 단체와 전문가들이 나서서 그 해법 찾기에 골몰하지만 아직은 ‘답’이 보이지 않는다. 사회적 돌봄 시스템 부족, 성적(成績) 스트레스와 가족과의 갈등, 경제 문제 등이 복합된 지나친 경쟁 체제와 복지 제도의 미비가 우리나라의 자살률을 세계 제일로 만드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을 뿐이다. 자살은 난제(難題)다.

이 난제를 연극을 통해 풀어내려는 작품이 공연되고 있어 화제다. 여성 예술가들로 구성된 극단 마고의 창작극 ‘나마스테. 나마, 스테’ (이하 ‘나마스테’)이다. ‘햄릿,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하람베를 위한 정의’, ‘마주.선.아이’등을 작업한 박연주 연출과 황소연 작가의 작품이다. 2018년 제13회 여성연출가전에 선정되어 서울 대학로 나온시어터(9월 26일~30일)에서 공연 중이다.

‘나마스테’는 인도와 네팔에서 주고받는 인사말이다. 만났을 때뿐만 아니라 작별할 때도 사용한다. 연극 ‘나마스테’는 작별의 의미로 이를 차용했다. 제목 후반에서 ‘나마, 스테’라고 쉼표를 사용한 것이 그렇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두 여자의 특별한 여정”이란 메인 카피도 ‘작별’을 의미한다. 다소 거칠게 요약하면, 여기서의 ‘작별’은 곧 ‘자살’을 암시한다.

연극 ‘나마스테’는 생(生)과 사(死)의 경계선에 죽음이란 명제를 놓고 자살의 해법을 찾는 두 여자의 이야기이다. 갑작스러운 딸의 죽음으로 자신 또한 살아갈 이유를 잃고 네팔로 향하는 ‘은해화’와 아버지의 죽음 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자신의 자취방에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공단비’, 두 사람은 우연히 자살카페 채팅방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자신과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이 작품에서 자살의 문제는 요컨대 다음과 같은 질문의 방식을 거친다. 연출자는 “‘자살’이라는 소재를 통해 ‘죽음의 문턱에 서있는 자’,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자’가 왜 죽으려하고 왜 살려고 하는가? 두 여자가 삶과 죽음의 반복 속에서 죽음을 결심하는 이유는 뭐고 살아가고자 마음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生) 즉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연극 ‘나마스테’는 연극적으로 뛰어난 성취를 이뤘다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보는 내내 극단적 선택에 대한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물론 안타까움을 수반한 정당성이다. 당연히 긴장감을 부여하는 대중 멜로의 역할도 손색없이 해낸다. 개인적으로 추론하자면 한편의 연극에 기입된 구체적 사태는 언제나 이렇게 조망(眺望) 이론에 구멍을 뚫거나 균열을 일으키는 실질적 상위에 놓인다.

두 여자의 대화를 조금 더 확장해보면, 여기에는 그냥 흘려보내기 아쉬울 만큼의 안타까운 일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과 시각, 고민의 지점이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사람이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자살을 용서해야 하는 이유보다 우선한다는 지점에서 멈춘다. 연극계가 주목하고 있는 탄탄한 연기력의 소유자 김은실 정진숙 두 배우가 은해화 공단비로 각각 출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뛰어나게 섬세한 연출은, 연출자가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탄탄한 공력에서 나왔다.

윤상길 컬럼니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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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윤상길
부산일보ㆍ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을 역임하고 스포츠투데이 편집위원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합창 등 소설과 희곡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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