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소나무에도 새순이 올랐다.

새순에 자꾸 눈길이 가는 건 지나간 시간이 애틋해서인가. 현재는 살아가기가 팍팍하고, 가방을 메고 다니던 등굣길이 편안했음을 이제야 알았다. 그 때문일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결혼 전과 후, 어느 시간으로 할까? 이렇게 돌아가고 싶은 날들이 자꾸만 찾아올는지 모른다.

“난, 아프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소심한 성격도 바꾸고. 바보처럼 꾹 참고 살다가 스트레스로 암에 걸린 줄도 모르고 혹사했으니……미련했던 거지.”

시부모님에 장가를 안 간 아주버니, 시동생과 함께 살며 직장생활까지 했던 친구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거기에 자식을 둘씩이나 낳아 기르는 삼대 살림살이를 혼자 했으니 병이 날만도 하지. 요즘 뉘가 그렇게 살까 싶다.

“아버지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었는데, 그리 허망이 가실 줄 모르고 앙탈 부리고 날 선소리만 해댔어. 엄마에게라도 잘 해야지 하면서 또 살기 바쁘네. 내 새끼 챙기기도 정신없고, 손자까지 보느라 엄마는 뒷전이니.”

아버지의 중매로 결혼하여 손자까지 보았다. 그러나 그 핏줄 한 번 안아보지도 못하고 가신 아버지가 마음에 늘 사무친다. 옛 말씀이 옳다. ‘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삶은 그렇게 늘 아쉬움으로 채워지는 거라지만, 시간이 야속하다. 지금도 여전히 허덕이느라 살아계신 엄마에게 소홀하니 이를 어찌하니.

“과거로 돌아가긴……지금이 좋다.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등골 빠졌는데 다시 돌아가? 생각하기도 싫다. 오히려 앞으로 다가올 시간이 더 기다려진다. 손자새끼 재롱 봐야지, 자식 놈들 자리 잡으면서 용돈 받는 재미도 솔솔 하고. 남편도 명퇴해 옆에 있으니 이만하면 됐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잃을 게 없으니까 하는 말이다. 그동안 이뤄 놓은 것이 많은 사람은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차곡차곡 공든 탑을 쌓아가는 거다. 부모 손에 자라서 결혼하여 출산하고, 자식들 키우면서 부모의 모습을 닮아가는 나도 대견하다. 그 어려운 것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과거는 언제나 후회의 연속이다. 돌아가지 못할 바엔 후회되는 것들을 깡그리 묻어 버리자. 늙은 고목이 새싹 피우듯이 나도 온 힘을 다해 피어나는 거다.

내일도, 모래도!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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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