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김정겸 칼럼니스트] 피천득의 수필 ‘인연’의 끝맺음은 다음과 같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 저 한 편에 그리움을 묻고 산다. 그 그리움의 대상이 절절한 연인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헤어져 꼭 한번은 보고 싶은데 못 만나기도 하고 평생을 그리워하면서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가슴 한 편에 그대만을 위한 방 하나를 만들어 놓고 평생을 못 잊어 그리워하면서 가슴앓이를 한다.

이선희의 ‘인연’이라는 노래에서 인연을 “이 순간이 다 지나고 다시 보게 되는 그날 모든 걸 버리고 그대 곁에 서서 남은 길을 가리란 걸”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다시 보게 되는 날’ 그대를 그리워하며 지내온 세월을 사랑으로 승화하여 그대 곁을 지키고 싶다.

그런 날이 나에게는 생애 있어 아름다운 날이란 걸 이제 알게 되었다. 그대와의 만남에 있어 난 마음의 빗장을 다 열어 그대를 맞이하겠다. 왜냐하면 “당신은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사랑 녹슬지 않도록 늘 닦아”놓을 수 있다.

그리움도 사랑이리라. 그립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리라. 정지용의 시 ‘호수’에서 그리움을 “얼굴하나야 손바닥 둘로 푹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라고 표현하고 있다. 보고 싶은 마음이 매일의 꿈에 자리 잡으니 어찌 잊을 수 있겠소. 눈을 감아도 마음은 속일 수 없을 것 같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은 명확하게 정의내릴 수 없는 미지수이다. 따라서 “사랑이란... 이다”라고 빈칸으로 놔두어야 한다. 그 빈칸은 각자가 채워야 할 마음이다. 필자는 “사랑이란 늘 아쉬움을 갖게 하는 대상이다”라고 정의를 내리고 싶다. 왜냐하면 시간 지남에 따라 미숙했던 점, 배려하지 못했던 점, 잘못했던 점 등에 대해 후회하고 미안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사랑에 대해서는 더욱 더 살가운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하지 못하더라.

나는 사랑하고 싶은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 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단어가 오염되어 사용되거나 자유재처럼 사랑의 의미가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는 경우가 있어 슬퍼진다. 그 사랑을 믿지 않는 사람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 그 이유는 사랑이라는 말이 음험함을 지닌 사람들에 의해 헤프게 사용되면서 사랑이라는 단어 속에 들어있는 절박성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사랑이라는 단어가 거짓과 위선을 포장하는 단어로 까지 사용됨으로서 아끼고 애틋하게 그리워하는 마음인 사랑을 타락한 언어로 만들어 버렸다. 이러다 보니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 연인이나 친구, 이웃들에게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된 단어가 되어 버린 것이 아쉽다.

이제는 꿈속에서 조차 볼 수 없는 그대 때문에 밤을 설치고, 길을 가다 그대와 같은 모습을 한 사람을 보고 가슴 설레며 발걸음 재촉하여 그 사람을 바라보는 그리움이라는 몹쓸 병에 걸린 환자가 되었다. 내 눈은 이미 경주마의 눈이 되어 있어 그대 주변을 맴돌고 있으나 그대를 불러내어 볼 용기가 없음을 한탄하며 시간이 하루하루 흘러가면서 혹시 그대가 나를 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조바심이 더욱 나를 애타게 만든다.

혹자는 무관심도 사랑이라고 말한다. 같은 자리에 있지 않아도 늘 같이 있음을 생각해주며 같이 먹지 않아도 같이 먹고 있음을 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지 무관심이 사랑일 수는 없다. 이제 나는 비록 멀리 떨어져 내 눈앞에 있지는 않지만 그 옛날의 그대의 사랑을 잊지 않으려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 그 당시 그대가 한말 ‘허전함’을 지금 내가 ‘그리움’으로 벌을 받고 있다. 그대가 허전해 했던 만큼 난 그리움으로 벌을 받겠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겠다.

“먼 길 돌아 만나게 되는 날 [이선희 인연]” 난 당신을 절대로 놓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다신 놓지 않을 것이다. “이 생에 못다 한 사랑 이 생에 못다 한 인연 먼 길 돌아 다시 만나는 날 [이선희 인연]" 당신을 놓지 않을 것이다.

김정겸 칼럼니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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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정겸은철학박사, 文史哲인문학연구소장, 현재 한국외국어대학 겸임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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