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이 다가오지만 어느 순간 그 찬란한 아침을 느낄 수 없는 날이 오게 될 때 바람 탓 하지 말자...‘정치와 꽃은 닮은꼴’

[골프타임즈=김정겸 칼럼니스트] “꽃이 지기로서니 /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조지훈, 낙화-

위의 시 ‘낙화’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의 미학을 떠올린다. 꽃이 떨어지는 것을 “그 화려함을 버리고 자신이 태어난 땅으로 되돌아감으로서 또 다른 봄의 향연을 기약한다”는 의미에서 벗어나 필자는 낙화의 애절함을 이야기하고 싶다.

언젠가는 꽃이 떨어져 자신을 떠나 갈 때가 있다. 조지훈은 그것이 “바람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정치인은 꽃이 시들어서 떨어지는 것을 자연의 섭리, 즉 민중의 호질(虎叱)로 여겨야 한다. 정치인은 이를 '바람의 탓', 즉 정치공작이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 시인은 꽃이 지는 어둠을 보내고 '머언 산이 다가서'는 새벽을 기다린다. 죽음의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통해 새로운 자아로의 탄생을 꿈꾸고 있다. 정치는 피었다 지는 것이니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2018년 6월에 지방선거가 있다. 이때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바람 탓 하지 말라. 그간 자신의 꽃이 어떤 향기를 발했는가를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언제인가는 지는 꽃이 될 새로운 인물도 매번 새벽일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매일 새로운 아침이 다가오지만 어느 순간 더 이상 그 찬란한 아침을 느낄 수 없는 날이 오게 된다. 그때 바람 탓 하지 말자.

정치를 왜 꽃이 지는 것에 비유하는 지를 이제 알겠다. 권불사년(權不四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사 년 가는 권세 없고 열흘 붉은 꽃 없다”는 말이다. 권불사년(權不四年)은 권불십년(權不十年)을 패러디 해본 것이다. 정치와 꽃은 닮아 있다. 꽃이 필 시기에 그 꽃은 가장 아름답다. 그처럼 정치인이 권력을 잡고 있을 때 가장 화려하다. 그 화려함이 그를 눈멀고 귀닫게 할 수 있다. 그 화려함으로 인해 주변을 돌보아 주지 못한다. 그러면 그 권력은 화려함을 잃게 된다.

꽃이 추한 경우는 언제일까? 우리는 꽃의 아름다움과 화려함만을 이야기 해왔기 때문에 그 반대의 추함을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래서 그 추함을 이끌어 내는 작업이 매우 어렵다. 이렇게 어려울 때는 비유의 방법을 사용한다. 즉, 꽃을 정치로 비유하는 것이다. 꽃이 추한 경우는 시들 때이다. 꽃이 진다. 정치에서 꽃은 욕망이다. 탐욕이다. 이는 이카루스(Icarus)의 날개로 비유해 볼 수 있다. 날개는 인간의 욕망이다. 이카루스는 밀랍으로 이루어진 날개가 태양에 가까워짐으로서 밀랍이 녹아 추락해서 죽게 된다. 태양은 무엇을 상징일까? 정치적으로 해석하자면 태양은 국민의 분노이리라. 국민이 분노하면 그들의 욕망 또한 꺾인다. 욕망에 가득 찬 많은 이카루스들이 있다. 이카루스적 욕망을 접어야 한다.

이카루스적 욕망은 자신의 화려한 꿈을 접게 하는 근원이 된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정치인은 이카루스적 욕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끄 라캉의 지적처럼 ‘타자의 욕망’에 충실해야 한다. ‘타자의 욕망’이란 타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망이다. 타자가 자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라캉은 “‘타자의 욕망’이란 인간이 멋진 차와 좋은 집을 갖으려 하는 것처럼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갖는 욕망이다.”라고 한다. 필자가 말하는 ‘타자의 욕망’은 뒤집어서 그 의미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타자, 즉 국민이 욕망하는 것을 정치인도 욕망하자는 것이다.

탈무드에서 정치에 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고 있다. “한 겹의 거짓말은 거짓말이고, 두 겹의 거짓말도 거짓말이다. 그리고 세 겹의 거짓말은 정치다.” 정치가 왜 거짓말이 되는 것일까? 국민의 욕망이 무엇인지 먼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우선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정치인은 악취가 나는 꽃이 되리라.

명나라 때의 아동용 교재인 ‘증광현문(增廣賢文)’에 나오는 ‘일화독방불시춘 백화제방춘만원(一花獨放不是春 百花齊放春滿園)’이라는 문장이 요즘 자주 회자되고 있다. 이는 “꽃이 한 송이만 핀 것으로는 아직 봄이 아니다. 온갖 꽃이 함께 펴야 진정한 봄”이라는 뜻이다. 꽃이 만개하여 각양각색의 꽃이 활짝 피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과 국민이 진정한 꽃향기를 맡을 수 있다. 만개한 꽃에서 더 아름다운 향기가 나오듯 만개된 정치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치인 자신만의 욕망이 아닌 국민의 욕망(좋은 정치=국민을 위한 정치)을 배려하는 정치라는 꽃만이 그 생명력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김정겸 칼럼니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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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정겸은
철학박사, 文史哲인문학연구소장, 현재 한국외국어대학 겸임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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