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브레인월드

[골프타임즈=유충경 프로]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맑았던 머릿속도 한순간에 복잡해진다. 어떻게 하면 좋은 스윙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불안을 느끼고 샷하기 전에는 괜찮았는데 샷을 하려고 하니 이전에 실수한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하고 불안감이 한 가득이다. 이런 생각이나 불안은 샷에 긍정적인 영향보다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런 이유에서 모든 골퍼는 생각이나 실수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될 수만 있다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예방하거나 떠올랐을 때 바로 지우고 싶은 것이 골퍼의 하나같은 바람이다.

원하고 바라지도 않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알고 보면 모두 뇌의 기능이다. 이런 능력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 인류가 존재하는 것이다. 종의 기원으로 보면 부정적 정서와 사건은 회피해야 할 일이기에 뇌는 이를 오래 기억해서 다시는 부정적 사례를 경험하지 않게 하기 위해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보내 경고하고 그 자리를 회피하게 하여 위험을 미연에 차단, 인류가 살아남게 하는 뇌의 중요한 기능인 것이다.

기능에 필수적인 조건은 위험한 사건을 얼마나 오래 기억하느냐가 다시 비슷한 상황을 오랫동안 감시할 수 있고 대처할 수 있느냐의 관건이다. 따라서 뇌는 사건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몇 가지 전략을 사용하는데 그 중 하나가 강한 정서 경험은 오랜 기억에 도움을 준다. 이것을 섬광 기억(flashbulb memory)이라 하고 강한 정서를 느낀 사건은 생생하게 오래 기억하는 것이다. 가령, 세월호나 9.11 테러와 같이 정서적으로 충격이 큰 사건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것과 같다.

각자의 섬광 기억을 찾아보는 것은 쉽다. 자신이 기억하는 가장 어렸을 때의 일을 떠올려보자. 대표적인 기억들을 보면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재미+활동), 부모님에게 꾸지람 들었던 기억(꾸중+당혹감), 부모 친구 분들이 주셨던 용돈 받았던 기억(기쁨+일화)과 같이 하나의 사건이나 일화에 정서라는 것이 서로 묶여있는 일이다.

이런 기억이 섬광 기억이며 지금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오래된 기억이 그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원리는 기억과 정서를 관장하는 위치를 알면 좀 더 이해가 쉽다. 단기 기억을 관장하는 곳은 해마이고 정서를 관장하는 곳은 편도체이다. 그런데 이 둘은 같이 붙어 있고 이것을 우리는 뇌의 변연계라고 일컫는다. 그래서 기억과 감정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어 섬광 기억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다.

섬광 기억은 무의식 속으로 가라앉자 있다가 비슷한 상황이 발생되면 순식간에 의식으로 나타나게 된다. 지금 처해있는 상황과 기억이 형성된 상황이 비슷하지 않더라도 무의식적으로 비슷하다고 느끼면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어 있던 섬광 기억은 떠오르게 된다.

의식 속으로 나타나는 기억의 선택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에서 선택되어 진다. 기억의 선택은 켄싱어와 코르크(2003)에 의하면 긍정 정서보다는 부정 정서의 기억이 보다 선명하여 우선적으로 떠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가령 코스 오른쪽이 OB(아웃오브바운즈)인 코스에 가면 이전 오른쪽으로 OB났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오른쪽 OB라는 것만 같은데 무의식에서 그 작은 부분이라도 일치라고 생각하기에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이렇듯 실수했던 샷들이 떠오르는 것은 공포나 두려움 등과 같은 정서가 묶인 사례들을 떠오르게 만들어 이와 같은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뇌에서 불안이라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기피하거나 회피시키는 뇌의 기능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지금보다 즐거운 골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유충경 박사
ㆍ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스포츠심리 전공)
ㆍKPGA 프로 및 중앙경기위원
ㆍ심리상담사 1급
ㆍ스포츠심리상담사 1급 수료
ㆍ한양대 교수, 한국골프대학 초빙교수
ㆍ골프 멘탈 트레이너

유충경 프로｜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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