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아들 낳았다고 며느리 대접받던 시절도 있었다.

그리 오래된 이야기도 아니건만 딸이 대세다. 흔하게 딸 가진 부모는 비행기를 타고 아들 가진 부모는 기차 탄다 하니 기가 차다.

“그게 어제오늘 일이야. 키워봐야 장가보내면 너무 자식이지. 장인이 끼고 사는 게 사위고 시집간 딸 옆엔 친정엄마인 걸.”

그래서 친구는 딸 옆으로 이사하겠단다.

“아니, 내가 얼마나 잘난 아들로 키웠는데, 어디 아무것도 없는 여자를 데려오냐고, 집안이 반듯하길 하나, 직장이 제대로인가? 뭐에 홀린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키울 때야 세상 부러울 거 없이 키웠고, 부모 말이라면 다 들어줄 줄 알았지.

“며느리가 이불을 보내 온 거야, 아버지한테는 싱글 극세사 이불을 주고, 나한테는 더블 극세사 이불을 주는 거야, 펴보니 어이없잖아. 아버지는 큰 이불하고 날 작은 걸 줘야 하는 거 아니니? 하니까, 며느리 말이 어머니가 아버지한테는 안 가실 거 아니에요. 아버지는 어머니한테 가실 수 있으시잖아요. 며느리가 현명한 거지. 그런데 아들놈은 ‘엄마, 아빠가 떨어져 사니까 이불 두 채 사잖아’ 하고 소리나 치고, 그래서 머리가 나쁘고 쓸데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야. 나는 며느리하고는 살아도 아들하고는 못 산다 했다.”

예전 시어머님 말씀이었다.

에미하고는 살아도 저 큰 자식하고는 살 수가 없다고 하신 적이 있었지. 아니 울 엄마에겐 밥 한번 따뜻하게 차려드리지도 못하고 결혼했는데, 왜 당신하고 살아싶었다.

“난 우리가 배고프게 자라서 그런가, 전화하면 식사하셨냐고 인사했는데, 요즘 애들은 밥 때 전화해도 밥 먹었는지 물어야 하는데 그런 소리도 없어. 할 도리는 틀림없이 하고 야무진데 정이 없는 거야.

며느리는 기대를 안 하니까 서운한 게 없지만, 아들놈은 저더러 해 달라기를 했나, 왜 퉁퉁거리느냐는 거지. 내가 키웠어도 어디 다른 나라에서 온 거 같아.

품안 떠난 자식이지.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