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KPGA 챌린지투어 1차 대회 우승자 양현용(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상대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때 자신의 능력을 백분 발휘할 수 있다. 이것이 자존감의 보이지 않는 힘이다.

[골프타임즈=이종철 프로] 자신감(自信感)이란 말 그대로 자신을 믿는 느낌이다.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어떤 일을 할 때 의욕적인 태도와 더불어 잘할 수 있는 느낌으로 정의된다. 내 능력에 대한 일종의 긍정적 기대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자신감은 자존감에서 비롯된 ‘나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믿음과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러나 이 둘은 비슷한 듯하지만 다른 점이 존재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둘 간의 관계를 살펴보자.

자존감과 자신감은 모두 ‘자신을 믿는다’는 공통점이 존재하지만 단순히 내 능력을 믿는 것과 나를 존중함으로써 생성되는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관계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자존감은 자신감을 포괄하는 상위개념이고 자신감은 자존감의 영향을 받는 종속적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둘 간에는 자존감이 높으면 자신감이 높아질 수 있고 자존감이 낮으면 자신감도 낮아질 수 있는 비례적 관계로 볼 수 있다. 자신감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골프선수에게 ‘자신감을 갖고 쳐라, 자신 있게 쳐’라고 응원을 한다면 혹은 골프선수가 ‘난 OB가 안 날 자신이 있어, 난 쓰리퍼팅 안 할 자신이 있어’라고 다짐을 한다면 이것이 진정 자신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골프선수뿐만 아니라 무엇을 하던 이렇게 흔히 이야기하는 ‘자신감’에는 진짜와 가짜가 존재한다.

자신감을 자신의 특정 능력에 대한 믿음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자신감은 유한하고 상대적인 느낌이다. 다시 말하자면 타인과의 비교우위에서 비롯된 우월감이라 할 수 있다. 학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충만한 명문대 졸업생이 영어가 유창한 유학파 박사 앞에서 작아진다면 이것은 가짜 자신감이다. 돈이라면 꿀리지 않을 것 같은 100억대 부자가 1000억대 부자 앞에서 작아진다면 이것 또한 가짜 자신감이다. 미모라면 자신 있던 여자가 미스코리아 앞에서 작아진다면 이것 역시 가짜다.

비거리라면 자신 있다는 골프선수가 자신보다 더 멀리 치는 사람 앞에서 작아진다면, ‘이번 시합은 진짜 자신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선수가 유명선수와 한조가 되어 작아진다면, 언더파를 자신한다는 선수가 OB 한 방에 무너진다면, 날고 긴다는 아마추어 골퍼가 프로에게 작아지고, 프로가 스타선수에게 작아진다면, 제 아무리 자신감 있는 골프를 한다하여도 이것들은 모두 가짜 자신감이다.

뿌리가 없는 자신감은 언제든지 날아갈 수 있다. 이러한 가짜 자신감은 항상 열등감을 업고 다닌다.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에 작아진다면 그것이 바로 열등감을 느끼는 것이다. 뿌리 없는 자신감, 말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대의 경험은 어떠한가? 매 시합에 자신감이 있는가? 자신감이 있다면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어야 할 터인데, 만족하는 시합을 얼마나 하고 있는가? 이 물음에 시원치 않은 대답이라면 그대가 말하는 자신감은 뿌리 없는 가짜일 수도 있다.

그 뿌리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자존감이다. 내가 이야기하는 ‘가슴으로 느끼는 자신감’ 그것이 진짜 자신감이다. 이렇게 뿌리가 튼튼한 자신감은 남의 시선 따위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남의 평가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설령 모자란다 하여도 누구에게도 뒤질 하등에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배우기만 한다면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항상 존재한다.

나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기에 나보다 우월한 존재와 맞닥뜨려도 ‘너는 너고 나는 나다’라는 평등적 지위를 스스로 가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비교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자아성찰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철학적 사고이기도 하다. 인간은, 모든 동물과 마찬가지로 먹고, 자고, 싸고,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그저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대수롭지 않은 자연물이라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누가 누구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한낱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다.

언젠가 개그맨 김제동씨의 강연이 기억난다. 청중이 물어보기를 “김제동씨는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유명 인사나 정치인을 만나면 긴장되지 않나요?”

“내가 왜? 내가 그들에게 바라는 것이 없는데 내가 왜 긴장을 합니까? 오히려 투표권이 있는 나에게 그들이 긴장을 해야지! 내가 갑인데, 하하”

자존감이 충만한 사람의 모습은 K-pop스타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참가자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소울 풀(soulful)한 노래를 준비한 16살의 한 소녀가 노래가 시작되기 전 야릇한 눈빛을 비추며 심사위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소울 풀한 감정에 몰입하는 순간이다. 노래를 마친 후 심사위원의 심사평을 들어보자.

심사위원 1 : 일단 춤은 굉장히 못 추셨고요. 근데 저는 되게 맘에 들어요. 이하이씨가 노래할 때도 춤 출 때도 자신감 있는 표정과 건방진 제스처와 굉장히 떨릴 텐데, 저희 가수들한테도 제가 늘 요구하는 것이 ‘무대 위에 올라갔을 때만큼은 못 돼져라.’ 그 수천수만 명의 대중들이 보고 있는데 그 수천수만을 아우를 수 있는 아우라가 필요한데 그건 곧 자신감이거든요. 이하이씨의 그런 모습이 굉장히 좋게 보였어요.

이 소녀는 이어지는 다음 무대에서도 자신의 꾸밈없는 매력을 발산한다.

참가자 : (살짝 건들건들 하면서 심사위원 들 앞으로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부천에서 온 이하이입니다.

심사위원 1 : (옆에 심사위원에게 묻는다.) 걸어 들어올 때 너무 소울 풀 하지 않니? 뭔가 굳이 ‘나는 당신들한테 잘 보일 필요 없다!’ 이런 거 너무 좋은 거 같아. (참가자에게 묻는다.) 아, 나쁜 뜻이 아니라, 진짜 지금 많이 떨려요? 안 떨려요?

참가자 : 좀 많이 떨려요.

심사위원 1 : 아, 진짜? 우와 진짜 티 안 난다.

심사위원 2 : 되게 여유 있어 보여요. 불과 한, 이런 오디션 한 50번 이상은 본 분 같아요.

심사위원 1 : ‘나의 음악을 당신들이 이해하든 말든 별로 상관없다.’

심사위원 2 : (어깨를 우쭐우쭐하며 흉내 낸다.) JYP가 뭐.(대수야)

심사위원 1 : 너 JYP?, 나 이하이! 이런 느낌?

이 소녀는 시종일관 심사위원들 앞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자신의 능력을 선보였다. 그리고 수만 명 이상 참가한 이번 오디션에 당당히 2위로 마감하며 가수 데뷔에 성공하였다.

‘나는 당신들한테 잘 보일 필요 없다. 나의 음악을 당신들이 이해하든 말든 별로 상관없다.’ 이 소녀의 당당한 모습에 심사위원들은 이렇게 느끼고 있다. 그대가 첫 티샷이 긴장된다면 이와 같은 생각으로 티잉 그라운드를 압도해보자. 오히려 상대를 긴장시킬 수도 있다. 상대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때 자신의 능력을 백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자존감의 보이지 않는 힘이다.

이종철 프로
한국체육대학교 학사, 석사 졸업, 박사과정(스포츠교육학, 골프심리 전공)
現 서경대학교 예술종합평생교육원 골프과정 헤드프로
現 영국을 입다! European Neoclassic 위프와프골프 소속프로
前 한국체육대학교 골프부 코치
前 골프 국가대표(대학부) 감독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원
골프심리상담사
의상협찬 : 위프와프골프

이종철 프로｜forallgol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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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골프, 마음의 게임(예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