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가을의 전령인가? 우리 집 안마당에까지 찾아온 왕잠자리 두 마리를 잡았다. 심심했던가. 벌레를 찾아 왔던가? 어떤 파동을 따라서 우리 집에까지 와서 내 손에 잡힌 것인가? 인연인가? 참 알 수 없다.

눈이 8만4천개라 알려진 놈이 제 자신의 길을 정작 보지 못했단 말인가? 고개를 기우뚱거리는 녀석을 한참 노려보면서 내 한 때의 유년을 불러냈다. 다리에 실을 묶어서 들녘을 뛰어다니던 날의 추억도 있다. 또 나뭇가지에 암놈 다리를 실로 묶어 날리면 수놈이 엉겨붙는 즉시 얼른 낚아채던 기억이 새롭다.

그 때는 태어나지 않았던 조카들이 신기해하며 ‘잠자리 살려주세요’하는 말에 방안에다 두 마리를 날렸다. 날다가 천장에 머리를 부딪치다가 창문을 긁어대면서 주르르 미끄러지며 추락하는 녀석들. 창문을 열어주자 그때서야 창밖으로 날아가더니 곧장 허공으로 훨훨 날아가 버린다.

아참 잠자리 시집을 보냈어야하는데! 꼬리를 자르고 강아지풀을 꺾어 남은 꼬리에 꽂아서 날려 보내면 줄곧 일직선을 그리며 하늘로 날아서 내빼던 어린 날의 추억. 이젠 그런 악동짓은 하지 않으리. 잠자리야! 사람 손에 쉽게 잡히던 잠자리야! 어디로 시집가서 잘 사는지?

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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