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2년 구락구 대회에서 허정구 이사장(우측)과 함께(로얄CC)

우승 27승, 나 자신을 깬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내 나이의 무게만큼

[골프타임즈=이종민 칼럼리스트] 전력은 깨지기 마련이다. 자신이 깨든 타인이 깨든, 하지만 자기자신이 깬다는 것은 그만큼 값있는 노력이고 열매다.

흔히 골프를 하다보면 코스레코드나 베스트 스코어에 많이 관심을 갖게 된다. 자기 자신 능력의 평점이라 할 수 있겠는데 처음 머리를 올리고 그러면서 경기에 나가고 클럽챔피언을 따내면서 3번의 코스레코드를 했다.

그 첫 번째가 1977년 10월 남서울컨트리클럽 개장 6주년 기념경기에서 70타(코스레코드)를 한 후 두 번째가 1982년 7월 로얄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15회 클럽대항골프선수권대회 개인부에서 69타로 로얄 코스레코드를 했고 그리고 3년 후인 1985년 6월 6일 한양컨트리클럽 구코스에서 올린 63타다. 이후 나는 그 순간에 머물러 있다. 그때 그 코스에 나의 젊음이 레코드되어 담겨 있다.

요즘 신예골퍼들의 기량은 용품이나 체력, 환경의 영향을 받기도 하는데 전력을 깨기 위해서도 나도 예전에 참 무섭게 골프를 했다. 나 자신을 깬다는 것은 나를 객관적으로 봐야 가능한 일이다. 허나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는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그간 40여 년 동안 골프장을 다닌 횟수를 물어오는 이들이 가끔 있는데 그건 셀 수 없는 일이고 어느 해인가는 1년에 100번 정도 골프장에 간 적도 있다. 그간 통상 우승을 한 것이 27승이고 보면 어지간한 골프경기에는 거의 참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직장인으로 또 사업체를 운영하는 오너로서 말이다.

그간 내가 걸어온 코스를 하나의 길로 내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이젠 기량으로서의 코스레코드가 아닌 인생의 향로를 내달려온 사업가로서, 인간 이종민으로 코스레코드를 내가 아닌 남에게 평가받고 싶다.

난 사업을 하면서도 또 많은 사람들과 대화 속에서도 늘 또 다른 나를 발견하면서 놀라곤 한다. 그날 밤 난 여지없이 나를 깬다. 나 자신을 새롭게 보려는 스스로의 노력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달려왔지만 내 인생의 경주에서 코스레코드를 조심스럽게 자문해본다.

“아직도 ‘63’인가”하고. 그 숫자는 이제 나이로 다가와 얼굴 가득 주름잡고 앉아 있다. 살아온 날들, 돌이켜보면 골프장에서의 코스레코드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세월을 지나왔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열심을 다한 성취감이 불어오는 가을바람에도 단내를 풍기게 해준다.

그간 아마추어 골퍼로 63이라는 스코어에 자부심을 가지곤 했는데 이제 내 나이 63에 무게와 책임이 느껴진다.

이종민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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