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세대 골퍼 신용남(사진 우측)과 아들 신국현, 1984년 한양CC 클럽 챔피언에서 우승하며

형제 간의 경쟁도 따지고 보면 묘한 충동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치열

[골프타임즈=이종민 칼럼리스트] 우리나라에 골프가 들어오고 그 골프가 이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뒤돌아보면 한 세대는 이미 지나가지 않았나 싶다.

일제 강점기의 골프가 아닌 우리 손으로 골프장을 재건한 이순용 씨를 1세대로 보았을 때 같은 세대라 할 수 있는 허정구, 조봉구, 우제봉 씨를 꼽게 되는데 이분들의 아들들 또한 우리나라의 아마추어골프계를 주름잡은 이들이다.

그 대표적으로 허광수(아버지 허정구)씨, 조용시․ 조용길(아버지 조봉구)씨 그리고 우기정(아버지 우제봉)씨 신국현(아버지 신용남)씨, 이수남(아버지 이한우)씨, 초창기 아마골프계를 주름잡던 골프의 풍운아 김병훈(아버지 김건영)씨를 꼽을 수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아버지가 골프를 하신 분들로 일찍이 골프를 접한 골프 2세대라 할 수 있다.

내가 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웠듯이 아마 그들도 그러했으리라. 골프라는 스포츠가 가족에게 되물림 되는 첫 선례이기도 했지만 이들 대부분이 골프 대중화에 한 몫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는 골프가 그야말로 대중화되어 가족골프를 많이 하고 있지만 예전 초창기만 해도 골프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골프를 했기에 더욱 희소성이 있는지도 모른다.

골프를 시작했을 때가 좀 젊었을 때라 당시만 해도 함께 골프를 할 동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주로 골프장에서 자주 얼굴을 대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인데 당시만 하더라도 또래 골퍼들은 그리 흔치 않았다. 불과 몇몇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골프장에 나가 골프를 하다보면 늘 아는 얼굴을 만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골프의 특성상 가끔씩은 게임을 하기도 한다.

인류 역사상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 아마 게임이 아니던가. 어릴 때부터 시작했던 게임은 성장하면서 계속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여럿 친구들이 모이면 굳이 힘을 겨루는 일이 아니더라도 자연스레 내기를 하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작은 놀이 삼는 게임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골프장에서 자주 보게 되는 우리는 형제끼리 골프를 하곤 했다. 일종의 형제 골프라 해도 무방하다. 형제 골프는 일반 게임과 다른 맛이 난다. 주로 함께 한 회원들로는 남충우(타워호텔) 씨, 그의 형 남영우(국제약품) 씨 그리고 조봉구 씨의 큰아들 조용길, 그의 동생으로 조용시 씨, 이수남 씨 그의 동생 이수정 씨 등이 모여 형제 대항 경기를 하곤 했다. 그래도 게임이니 만큼 약간의 돈을 걸고 재미로 쳤다.

사실 형제들 간의 경쟁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치열하다. 서로 약간의 경쟁의식이 있기 마련이다. 흔히 형을 존경하면서 이기고 싶은 충동이 있고 동생이라고 예쁘게 봐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엄격하게 하기 마련이다. 헌데 형제대 형제로 게임을 풀어나가려니까 새삼스럽게 형제애에 발동이 걸린다. 어렸을 때 집안에서 서로 형제간끼리 티격태격하다가도 밖에 나갔다 동생이 누군가에게 맞기라도 하면 당장 쫓아가 함께 동조하듯이 말이다.

골프를 하다보면 이러한 심리적인 형제애가 그대로 드러나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절대 져주는 것이란 없다. 마치 청소년 시절로 돌아간 듯 치열하다. 이때는 게임성이 더 강하다. 친구들과 게임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묘미가 형제골프에 있었다. 우리가 가끔 형제들끼리 모여서 하는 것을 보고 형제가 없는 친구들은 부러워했다. 오누이나, 외아들인 골퍼들은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함께 하고 싶어하는데 절대 끼워주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형제 게임이니 말이다. 참 재미도 있었던 것 같다.

나 역시 형님과 함께 골프를 즐겨했다. 장소는 주로 남서울컨트리클럽과 한양컨트리클럽을 이용했는데 그때가 새삼 그립다.

이종민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