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쉬넷 퍼터

1976년 남서울 챔피언을 비롯 1995년 서울CC 챔피언까지 챔피언 경기 때마다 ‘챙그렁～ ’경쾌하게 컵을 울린 것이 액쉬넷 퍼터였다

[골프타임즈=이종민 칼럼리스트]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애지중지하는 애용품이 있다. 그저 평범한 물건에 지나지 않지만 자꾸 쓰다보면 그 사람의 혼이 깃드는 것 같다. 늘 닦고 만지고 하다보면 마치 분신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한낱 골프채에 지나지 않지만 오랜 나와 함께 한 퍼터가 있다. 내가 이 액쉬넷 퍼터를 만나게 된 것은 1965년이다. 퍼터는 그렇게 내게 왔다. 대학 2년생인 내게 온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아버지가 쓰시던 골프채로 윌슨X 31 아이언과 나란히 한 액쉬넷 퍼터였다.

아버지가 쓰시던 것을 물려받았다는 것이 소중했고 또 골프채가 아주 귀했던 때라 소중한 것이기도 했다. 난 그 채를 10년 넘게 사용했다. 늘 휘둘러대서인지 퍼터의 그립이 다 닳았다. 1970년대 중반 미국 출장길에서 똑 같은 제품인 액쉬넷 퍼터로 바꾸었다.

1976년 남서울 챔피언을 비롯 1995년 서울컨트리클럽 챔피언까지 나의 챔피언 경기 때마다 ‘챙그렁～ ’경쾌하게 컵을 울린 것이 액쉬넷 퍼터였다. 이 역시 오랜 세월 사용했다. 함께 골프장을 드나들고 함께 외국에 나가 국제 경기에 출전해 그곳 컵을 청량하게 울렸다. 그립을 하도 써서 맨들맨들 해지고 나중에는 퍼터 바닥의 브랜드명 글자가 다 닳아 액쉬넷인지 그 이름조차 희미해져버렸다.

이쯤되면 내 혼이 깃들어 있지 않을까 싶다. 손에 익었다는 것, 익숙하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를 앞둔 골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퍼터 역시 나를 잘 아는 듯 했다. 세월이 흘러도 늘 같은 액쉬넷 퍼터를 갖고 골프장에 나타나는 친구들은 나를 보고 농을 한다. “저 친구는 와이프와 퍼터만은 절대 바꾸지 않을 친구”라고.

사실 나의 장기라면 퍼터다. 골퍼들이 260야드～300야드 날려 보낸다 해도 사실 그린에서 퍼터의 역할은 가장 중요한 일이다. 지금은 핑을 쓰고 있는데 내 자신의 장기이기도 하지만 골퍼에게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퍼터가 아닌가 싶다.

60년대말 70년대 초만 해도 아마추어는 스몰 볼을 많이 썼다. 영국 R&A 룰에 입각해서 사용했던 것이지만 당시 제일 좋았던 것이 3피스인 ‘던롭 65’로 그 공은 12개들이 1박스로 까만 종이에 싸여 있었다. 용품이 워낙 귀할 때라서 공을 아끼느라 사용하지 않아도 2～3년이 지나면 공이 누래졌다.

그때의 공은 주로 3피스였다. 공이 귀했지만 다행히 골프장 내에 골프샵이 있어 주로 그곳에서 공을 구입했다. 무엇보다도 라운드 할 때 괴로운 것은 골프신발이다. 거의 사이즈가 외국사이즈라 우리 한국인한테는 잘 맞지 않았다. 외국 골프화는 우리 체형에 맞지 않고 커서 헐거덕거리기 일쑤였다. 그 조차도 골프용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가 없어 주한 미군들이 사용하는 골프화나 외국 나가는 지인들에게 부탁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이즈만 맞는다고 해서 발이 편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외국인 체형에 맞지 않는 뭐라 할 수 없는 불편함이 늘 그린 위를 걸어야 하는 골프화에 있었다. 그래도 골프화는 한국에서 만들어내긴 했다. ‘금강제화’나 ‘칠성제화’에서 만들었는데 조악했다. 골프화 재질이 너무 딱딱해 처음 신으면 뒤꿈치가 까져 초를 칠해서 신고 다니거나 스코어 카드를 끼우기도 했다.

신발 때문에 뒤꿈치는 늘 물집이 잡혀 있었다. 피가 나고 진물이 나서 걸을 때 뒤뚱거리기 일쑤였는데 한달 이상 신어야 길이 날 정도로 기술이 부족했다. 그 무렵은 일반 구두들도 크게 다르진 않았는데 골프화는 유독 더 심했다. 이러한 어려운 시기를 겪고 발의 불편함에서 벗어난 것은 불과 15년에서 20여 년 됐을 뿐이다. 미국 출장길에 구입해 신게 되면서다.

현지에 가서 여러 가지의 골프화를 직접 신어보고 구입하면서 발의 불편함에서 조금은 해방될 수 있었다. 지금이야 우리나라 골프용품은 좋은 것이 엄청 많다.

이종민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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