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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세계 명작 사진 읽기8] 유진 스미스의 휴머니즘적 사진

모더니즘 사진시대의 대표적인 신화적 사진가 김영태 사진비평가l승인2016.06.09l수정2016.06.0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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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주관이 분명했기 때문에 작가는 자신이 속한 언론사와도 타협하지 않는 강직함을 보였다.

[골프타임즈=김영태 사진비평가] 사진의 역사를 살펴보면 1920년대에 소형카메라가 개발되고 망판인쇄가 가능해졌다. 또한 그와 더불어서 저널리즘사진의 토대가 마련된다. 그 후 1936년에 '라이프(Life)'지가 창간되고, 그와 유사한 화보잡지가 연이어 창간되어 대중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라이프지와 같은 화보잡지의 사회적인 영향력은 확대되어 1950년대에 텔레비전이 대중화되기 전까지 저널리즘 사진의 전성기가 지속됐다.

사진의 출발은 세상에 대한 기록이었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사진이 재현한 이미지가 시간의 흐름을 포착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현실 그 자체로 인식했다. 카메라라는 도구가 기계적으로 자동 생성한 이미지가 사진이기 때문에 찍는 이의 주관이 개입되어 현실을 왜곡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나간 과거의 시간을 객관적으로 재현한 결과물이 사진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영남대학교 주형일 교수가 자신의 저서에서 이야기 했듯이 카메라는 시간을 포착한 것이 아니라, 현실공간을 재구성한 것이다. 사람들이 사진에서 시간을 느끼는 것은 자신들의 기억력을 바탕으로 사진을 읽기 때문이다. 아무튼 사진이 진실이고 현실 그 자체라고 믿는 모더니즘적인 사진에 대한 신화는 오랫동안 지속되고 사진미학의 근간을 이룬다. 이러한 모더니즘사진시대의 대표적인 신화적 사진가 중에 한사람이 윌리엄 유진 스미스(William Eugene Smith, 1918~ 1978)이다.

유진 스미스는 제2차 세계대전을 비롯한 전쟁터를 누볐고 아프리카와 같은 오지를 여행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가 관심을 갖고 다룬 이야기는 휴머니즘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전쟁터에서도 인간애를 표현했고 아프리카에서 봉사하는 슈바이처 박사의 모습에서도 성자가 아닌 평범한 인간의 순수한 모습을 찾아서 재현하려고 했다.

교통과 통신수단이 발달하지 못한 문화적인 환경 때문에 사람들은 20세기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이 가보지 못한 오지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하는 마음을 품고 살았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전쟁이 일어나서 수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한 상황 속에서도 대중들은 따뜻한 인간애에 감동받았다.

이러한 문화적인 현실에 부응한 것이 ‘라이프’지에 게재된 흥미롭고 감동적인사건을 기록한 사진 이였다. 그러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 대표적인 사진이 유진 스미스의 저널리즘사진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사진도 인간애를 자극하는 대표적인 예 중에 하나다. 동서고금과 과거와 현재를 막론하고 사람이 죽어가는 전쟁터에서도 새 생명은 태어난다. 하지만 이 사진에는 군인들이 이제 막 태어난 것 같은 갓난아기의 시체를 수습하는 것 같은 장면이 담겨져 있다. 주변상황이 자세히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깊은 산속에서 아기의 주검을 발견한 장면처럼 보인다. 사진이 분명하게 모든 것을 말하지 않지만 인간애가 넘치는 사진가의 세계관은 읽을 수 있다.

특히 일본에서 공해병에 시달리고 있는 어린소녀를 찍은 ‘토모꼬를 목욕시키고 있는 어머니’시리즈에서는 작가의 이러한 태도를 좀 더 잘 느낄 수 있다. 이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 때문에 수은공해의 심각함을 은폐하려고한 회사가 고용한 폭력배로부터 심각한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작가는 자신의 주관이 분명했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언론사와도 타협하지 않는 강직함을 보였다. 제2차 세계대전을 취재함으로써 명성을 얻은 작가는 라이프지에서 1947년부터 1954년도까지 포토에세이를 완성하여 미학적인 성과도 거뒀다.

타블로형식의 회화로부터 미학적인 영향을 받은 사진은 한 장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1품 걸작주의 사진이 지배적인 사진미학이었다. 하지만 저널리즘매체와 사진이 결합하여 구체적인 언어적 기능을 하면서 연작사진으로 주제를 표현하게 되었다.

문학적인 서사구조를 바탕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보편적인 표현방법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러한 연작사진은 일본에서는 조 사진(組 寫眞)으로 변형되었고, 일본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에서는 한정식교수에 의해서 엮음사진으로 번역되어 널리 알려졌다. 1960년대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진공모전인 ‘동아사진콘테스트’가 수용한 표현양식이 엮음사진이다.

한국사진은 일본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사진이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1950년대 후반에는 미국의 저널리즘사진, 다큐멘터리사진, 형식주의 조형사진 등을 엄격하게 구분하여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했다. 그래서 이러한 사진들을 회화주의사진에 반해서 발생한 ‘스트레이트 포토’로서의 예술사진으로 두루 뭉실하게 이해하였다.

세계사진사에 대한 학문적인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1930년대를 전후하여 명성을 얻은 수많은 포토저널리스트들과 다큐멘터리사진가들을 리얼리즘을 추구한 예술사진가로 이해했다. 그러한 인식의 산물이 원로사진가 임응식, 사진평론가 구왕삼, 이명동 등이 주창한 생활주의사진과 리얼리즘사진이다.

서양에서는 사진 자체가 근대적인 리얼리즘미학의 소산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에 사진을 칭할 때 별도로 리얼리즘(realism)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한국사진에서만 유일하게 사용하는 용어가 리얼리즘사진이다. 서양사진사에 대한 인문학적인 접근과 연구가 전무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초기 한국사진의 역사는 기술을 수용한 역사로 채워져 있다. 물론 서양사진사도 1890년대 이전까지는 기술의 진보에 대한 기록이다. 하지만 20세기 초반부터는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사진을 바라본 논문이 발표되기 시작했고, 미술관과 박물관에서도 시각아카이브와 예술적인 성과로서 사진을 수용했다.

하지만 한국사진은 아카데미에서의 사진교육도 1960년대에 시작되었고, 기존예술제도에서는 20세기가 끝날 무렵에 되어서야 사진에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므로 한국사진은 모든 것이 서양에 비해서 늦다. 체계적이지도 못하고 단계적이지도 못하다. 갑작스럽게 진행되어서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한국사진의 과거와 현재의 풍경이다.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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